<스크린스타>영화"꽃잎"여주인공 이정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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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촬영에만 들어가면 감정이 복받쳐요.감독님이 저보고 신기(神氣)가 있대요.』 3개월간의 촬영을 끝낸 장선우감독의 신작영화『꽃잎』의 여주인공 이정현(15)은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 한창일때 강보에 싸인 아기였다.생전 처음 출연하는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광주항쟁의 한과 상처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주인공소녀.죽어가는 엄마를 버리고 비극의 현장에서 도망친 후 산발한채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역이어서 『촬영기간중머리카락이 세 주먹만큼은 빠졌고 머릿결도 다 상해버렸다』고 한다.
『캐스팅되기 전까지 광주항쟁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자료비디오와 원작소설을 통해 소녀를 이해하게 됐고,촬영이 다 끝났을 때는 소녀와 헤어지는게 섭섭했을 정도로 감정이 하나가 돼 연기가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이정현은 촬영기간에 많은 일화를 남겼다.열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쳐 깨는 장면을 찍을 때는 『나도 모르게 연기하다보니 정말 유리가 깨져버려 감독님이다치지 않았느냐고 놀라 달려오셨다』고.웬만해서 깨지지 않는 유리기 때문 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려던 장면이었다.또 시멘트 조각으로 자해하는 장면은 꽤 힘들어 걱정했는데 신들린 듯한연기로 NG없이 해내 선배 연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자그마하고 가냘픈 모습이지만 눈빛과 말솜씨가 여간 야무지지 않다.그러나 『금남로 촬영때 몸을 다쳐가면서까지 무보수 엑스트라로 출연한 광주시민들의 모습에서 광주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실제 이정현은 극중 소녀와 달리 딸부잣집의 막내로 부모와 네 언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컸다.
『친구들도 많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좋다』는 자신만만한여고 1년생으로 『요즘엔 그동안 빠진 수업을 보충하느라 과외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힌다.
연기 외에 내세울 만한 장기는 노래와 춤.특히 과감히 세상을비판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으로 평상시 서태지 패션을 즐긴다고.공연한 대배우 문성근을 『성근이 오빠』라고 부르는 그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 TV엔 출연하지 않고영화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꽃잎』은 호주에서 후반작업에 들어갔으며 6월에는 칸영화제에 출품된다.
글=이남.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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