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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우즈의 포효 올 시즌엔 못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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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타이거 우즈(사진)가 올해 PGA 나머지 시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상태가 악화된 왼쪽 무릎수술을 다시 받기 위해서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왼쪽 무릎수술을 마치고 최근 US오픈을 극적으로 역전 우승한 우즈는 이 대회에서 계속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17일(한국시간) 서든데스로 치러진 US오픈의 재연장에서 우즈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마치 터널 속을 걷는 사람처럼 앞만을 응시했다. 이것이 타이거 우즈의 승리 원동력이다.

뉴욕 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우즈는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불멸의 위대성을 쟁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즈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정신이 산란한 시대와 대비되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이겨내는 영웅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문·잡지·TV의 광고나 선전 입간판 등에 등장하는 우즈는 냉정하게 앞을 응시하는 표정이다. 우즈 자신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태생적으로 ‘주변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사람(control freak)’”이라고 밝혔다.

우즈는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린베레 출신인 아버지 얼(작고)은 “우즈가 생후 6개월째 TV에서 골프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두 시간 동안 딴 짓 하지 않고 TV를 시청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적도 있다. 얼은 우즈가 어렸을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피가 날 정도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태국계 어머니인 쿨티다도 우즈의 집중력에 한몫했다. 불교신자인 쿨티다를 통해 우즈는 명상의 힘을 배웠다. 또한 쿨티다는 “아버지는 무른 사람”이라며 “그는 아들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지만 나는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즈의 집중력은 미세한 무게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스포츠 용품업체인 나이키가 우즈에게 무게가 같은 네 개의 드라이버를 쳐보게 했다. 우즈는 한 드라이버를 꼽으며 “이게 무거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나이키 연구자들은 우즈의 말을 믿지 못하며 무게를 정밀 측정했다. 우즈가 선택한 드라이버가 솜 공 두 개 정도의 무게가 더 나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개인 생활은 운동선수로는 드물게 정돈돼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고도로 계산된 말만 한다. 한때 회계학을 전공하려 한 사람답게 확률을 재고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골프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오언은 “우즈의 집중력은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사이보그를 연상시킨다. 부서지는 순간 다시 결합한다”고 말했다.

US오픈을 중계하는 NBC방송에 나이키는 얼의 목소리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얼은 “우즈야, 나는 전에 네 인생에서 너보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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