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뭉쳐 '윈도'에 맞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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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과 중국.일본 등 3국이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3국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3국은 지난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정보통신부처 국장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개항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3국 기업들이 리눅스 기반 OS를 활용토록 상업화를 서두르고, 독자적인 OS 공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무료 공개 소프트웨어(OSS) 촉진포럼'도 설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보통신부 최준영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취약하다"면서 "이번에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의 유력 언론들도 3국 간 합의사항을 크게 보도하면서 미국 등이 독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3국이 공동 OS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눅스는 기본 정보가 무료로 공개돼 있으며, 보안성도 뛰어나 이를 토대로 바이러스 공격에 대해 독자적인 보안대책을 마련하기가 비교적 쉽다"며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이들 국가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독점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MS의 윈도는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거나 유상으로 공개되고 있다. 비공개성 때문에 윈도는 자체 결함이나 바이러스 공격을 받았을 때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돼왔다. 윈도가 들어있는 제품의 판매가격도 비싸다.

한편 한.중.일 3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4세대 휴대전화'를 공동개발키로 했다. 이들 국가는 오는 7월 일본에서 정보통신 장관회의를 열고 이에 대해 정식합의할 예정이다.

현재 이들 국가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전 세계 휴대전화 이용자의 30%가량으로, 이들이 동일한 통신방식을 채택하면 세계 표준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분석했다.

현재 이들 국가의 3세대 휴대전화 전송방식은 서로 차이가 있다.

3세대 휴대전화란 영화.MP3.게임 등 멀티미디어가 강화된 휴대전화를 말하며 4세대 휴대전화는 3세대 휴대전화에 비해 전송속도가 50배 빠르다. 3세대보다 정밀도가 뛰어난 동영상 송신도 가능해진다.

정선구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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