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프로야구 선동열선수 부인 김현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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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일본행 비행기를 타느냐 마느냐로 온국민을 한달넘도록 가슴졸이게 만든 주인공 선동열(宣銅烈.32).기대와 사랑,꼭 그 무게만큼의 부담을 두 어깨에 지고 내년초 일본 프로야구계에 입성하는 宣씨의 집(광주시농성동 삼익아파트)은 지금 「 이사 5분전」이다. 『너무 어수선하죠? 혹시나 했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될줄은 몰랐어요.벌써 몇년째 바라온 남편의 꿈이 급작스레 이뤄지네요.』 두달밖에 남지않은 출국일정에 맞춰 집정리하랴,아이들(여섯살,네살배기 민우와 민정)다독거리랴,병환중인 시어머니 보살피랴 요즘 宣씨의 아내 김현미(金賢美.31)씨는 비명을 지르고싶을 만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단다.
『원래 집에 와서 일 얘기를 하지않는 사람이에요.그간 구단의결정을 기다리며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도와줄 수도 없고 저도나름대로 힘이 많이 들었죠.』 「대승적 차원에서 선동열을 보내야 한다」는 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없었다면 이번 일본 진출은 불가능했으리라는게 金씨의 생각.그런 팬들을 생각하면 경기에서는 宣씨 못지않게 국보급 남편을 내조해야 하는 자신의 어깨도무겁다고.
『운동선수니만큼 잘 챙겨 먹일줄 알지만 제철 과일로 즙을 내아침에 눈뜨자마자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말고 특별히 신경쓰는것은 없어요.』 술마신 다음날은 오이즙이나 레몬즙을 대령(?)하고 끼니마다 걸쭉한 국을 빠뜨리지 않는게 宣씨의 「전속 영양관리사」 金씨의 원칙.
봄.가을로 철철이 녹용이니 잉어니 보약을 준비하는 일은 아직까지 아들 뒷바라지에 남달리 열성이신 시아버지(宣阪奎.74)의몫이란다.
『사실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연봉만 11억원 이상 받는다지만 저는 지금까지 1,000만원도 손에 쥐어본적이 없어요.세금 내는 일에서 재테크까지 아버님이 다 알아서 하시고 저와 남편은 매달 그저 쓸만큼 생활비와 용돈을 타쓰는 형편이니 까요.』 사정모르고 「돈많이 버는 남편 둬서 좋겠다」는 친구들의 시샘어린인사엔 그저 웃음으로 대꾸한다는 金씨.불만은 없느냐는 질문에 『남편 뒷바라지만 해도 힘에 부치는데 골치아픈 돈문제에 신경쓰지 않아 오히려 좋다』고 속좋게 말하는 金씨 를 평소 宣씨는 「천사표」「조선시대 여자」라며 치켜세운다고 한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스튜어디스로 활동하다 90년1월 맞선본지 두달만에 宣씨와 결혼한 그는 당시만해도 야구선수 이름이라곤 박철순밖에 모르던 문외한.지금은 야구선수 아내 경력 5년만에 30세이브니,방어율 0을 운운하는 야구박사 가 다됐다.
하지만 남편이 투구하는걸 보는게 가슴떨려 지금껏 경기장에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것은 물론 방송을 녹화할 때도 VTR만 켜놓은채 외출해버린단다.출장시합이다,전지훈련이다 해서 1년에 절반은 집을 비우는 통에 남편 얼굴 좀 자 주 보고 사는게 꿈이라는 金씨는 『그래도 92년 어깨부상으로 4~5개월 쉬던 때는 마음이 아파 차라리 곁에 없어도 좋으니 경기에 나갈 수 있으면하고 빌었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광주=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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