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구 위헌결정의 波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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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선거구간의 인구가 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것이 위헌(違憲)이라고 결정한 것은 당연하다.최대선거구인부산해운대-기장이 인구 36만명인데 비해 최소선거구인 전남장흥은 6만1,000명으로 무려 5.87대1의 편차 를 보이고 있으니 해운대사람의 한 표는 장흥 사람의 한 표에 비해 6분의1의 가치밖에 안된다는 얘기다.헌법의 평등권 침해임은 자명하다.
우리는 정당들이 이런 위헌성을 다 알면서도,또 헌재(憲裁)의위헌결정을 예감하면서도 이런 엉터리 선거구획정을 강행한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봄 법개정 당시 따가운 여론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각 정당은 각자의 기득권유지를 위한 흥정과 타협으로 문제를 외면했던 것이다.
이제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선거구관련 법이 무효가 된만큼 4월총선에 앞서 법개정이 불가피해졌다.각 정당은 헌재의 결정에 먼저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번 법개정은 원칙을 살려 같은 잘못을 되풀이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선거구간의 인구불균형은 오래된 문제다.급속한 도시화로 도시인구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여촌야도(與村野都)라 하여 과거 여당이 도시선거구의 증설을 기피해 왔고,최근에는 지역당현상으로 각 정당이 자기기반이 되는 지역의 선거 구 확보에 급급해 인구균형을 외면해 왔다.이 결과 농촌은 과잉대표되고,도시는 과소대표되는 이른바 「도손촌득(都損村得)」현상이 심화된 것이다.이런 현상은 현실에 맞지 않게 농촌을 대표하는 목소리가커져 정책을 왜곡하는 경향을 낳게 되 고 정당의 지역성을 고착시키는 문제를 가져온다.
우리는 총선이 불과 넉달 밖에 안남은만큼 선거구제도 자체를 바꾸는등의 대대적인 개정은 어렵다고 보고,일단 헌재가 권고한대로 인구편차가 4대1 이하가 되도록 선거구조정을 해야한다고 본다.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현재의 의원정수(299 명)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아무리 선거법이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이라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은 있는 법이다.이번 헌재결정은 그런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다.정치권은 이번엔 원칙과 기■이 있는 법개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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