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고교생 밴드 ‘질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자리잡은 고양시 청소년수련관 지하 1층 쇼팽실. 귓전을 때리는 강렬한 사운드 사이로 청아한 보컬이 파고든다. 음악에 취하고 악기와 혼연일체가 된 앳된 얼굴들. 연습이 한창인 고교생 밴드 ‘질러’를 만났다.


  무원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질러’는 지난 2005년 결성됐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백종길(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 1년)씨가 친구들과 함께 학내 공연을 위해 팀을 결성한 게 시초가 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드럼스틱을 잡았다는 백씨. 고교에서 밴드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진학한 학교에는 밴드부 자체가 없었다. “없다고 포기하느니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운 좋게도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어 오늘의 질러가 탄생했어요.”
  지금은 4기까지 신입생을 받아 10명이 넘는 멤버가 구성됐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은 청소년수련관에 모여 연습을 한다.
  무대에 설 기회라도 생기면 일주일 내내 얼굴을 맞대기도 일쑤다. 이미 대학생이 된 백씨도 한 달에 한번씩은 모임에 나와 후배들을 격려하고 지도해 주고 있다. ‘공부가 안되니 예체능이나 하자’는 아이들에게 뒤지기 싫어 이를 악물고 연습을 해왔다는 백씨.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한 만큼 후배들에겐 엄한 선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청소년축제는 ‘질러’의 단골무대가 된지 오래다. 2006년에는 청소년수련관이 주최한 청소년문화제에서 수 십 개의 동아리를 제치고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달엔 대학로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해 금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질러 멤버들에게 밴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미래를 위한 발판이다. 기타를 맡고 있는 양동욱(고2)군은 “최고라고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라며 “서태지를 뛰어넘는 인기와 영향력을 갖는 밴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보컬을 맡고 있는 주다흰(고1)양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다. 주양은 “뮤지컬 연출 일을 하는 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는 게 취미였다”며 “우선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는 게 장래희망”이라고 말했다.
  밴드 ‘질러’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은 보랏빛 향기. 강수지의 발라드를 클릭비가 밴드에 맞게 편곡한 노래다. 질러가 무대에 서면 빠지지 않는 곡. 연습 때도 꼭 한번은 연주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밴드활동은 학생들의 음악적 욕구를 채워주는 동시에 선후배간의 정과 동료애를 배우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됐다. 드럼을 맡고있는 안성현(고2)군은 “학교에선 쉽게 어울리기 힘든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간에 정도 깊어졌다”며 “(밴드는)누구 하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종종 걸음으로 연습실로 향하는 질러 멤버들. 대한민국을 대표할 예비 뮤지션들의 꿈과 희망이 신나는 리듬을 타고 귓가에 날아든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그래픽= 프리미엄 박세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