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6 시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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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신차가 나올 때마다 신조어를 하나씩 데리고 나와 새로운 장르임을 웅변한다. BMW X6도 하나를 들고 나왔다. ‘SAC’, ‘에스에이씨’라고 똑똑 끊어 발음하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의 약자로서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이 전달되는 사륜구동 자동차면서, 활동성을 특별히 강조한 쿠페라는 뜻이다. 사륜구동에 쿠페라니, 일단 특이하다. 사륜구동 차는 대부분 왜건처럼 실용적이기만 한 몸집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승이 시작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도착하기 무섭게 공항에 전시돼 있는 X6를 감상한 일행은 외부로 드러난 모든 철판이 기존 BMW의 SUV인 X5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분명 X5보다 단련된 근육질이었고 눈매는 더 날카로웠다. 세계 최초의 SAC, X6는 새로웠다. 일단 실용적이기만 한 왜건의 몸집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눈을 고정시킬 섹시한 엉덩이는 정말 ‘세계 최초’다웠다. 어떤 차를 만들어도 다이내믹하게 만드는 BMW다운 풍모다.
  일행은 X6 3대에 나눠 타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선두는 파워가 가장 출중한 50i모델. 4.4리터 8기통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두 개나 달아서 407마력으로 힘을 키운 심장이 들어 있다. 이 정도 파워는 아반떼 3대를 합친 힘과 비슷하다.
  이 차는 정말 SUV가 아니었다. X5와도 많이 다르고, 굳이 비슷한 걸 고르자면 6시리즈였다. 문짝 두 개에 날렵한 BMW 6시리즈 말이다. 목적지인 로렌스 서킷에 도착해 비 속에서의 과격한 코너링 이후 3.21km에 달하는 서킷을 직접 주행했다. 스프링 쿨러에 의해 빗길로 꾸며진 테스트 트랙에서 X6의 악력은 발군이었다. 제 아무리 속도를 높이고 핸들을 헐레벌떡 돌려도 흐트러짐 없는 기마 자세로 평정을 지켰다.
  사람들이 이 차의 용도를 묻는다면 ‘에브리띵’이라고 단순하면서도 오지랖 넓게 대답할 수 있겠다. X6는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은 물론, 금요일 파티에 참석해도 멋이 난다. 토요일에는 산악 자전거를 싣고 산행을 떠나기에 제격이고, 일요일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숭고한 예배를 드려도 좋겠다.

장진택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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