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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도 모르게 … 서울시 ‘황당한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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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시가 중국에 배포한 그랜드세일 전단.

서울시가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44일간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 그랜드 세일’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말 일본·중국·홍콩·싱가포르 등 15개국 27개 도시에서 ‘서울 그랜드 세일 2008’이라는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A4 용지 양면에 영·중·일어가 병기된 이 전단은 “쇼핑에만 집중된 타 도시 세일과 달리 서울은 여행·숙박·음식·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할인을 한다”고 적었다.

지난주 초에는 ‘관광호텔 객실요금 빅 세일’도 발표했다. 서울의 쇼핑·숙박시설 및 식당들이 70%까지 가격을 할인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홍보대로라면 쇼핑·숙박·음식·교통 등 9000여 업소가 세일에 동참한다.

◇“잘 모르는 일”=홍보 전단에는 대표적인 세일 참여 업체로 롯데·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의 이름을 실어 놓았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우리가 그랜드 세일 참여 업체로 소개된 까닭을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롯데백화점 이선대 홍보팀장은 “몇 달 전 판촉 담당자가 서울시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적은 있지만 서울시에 답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정재욱 대리도 “지난해 12월 서울시로부터 협조 공문을 하나 받긴 했으나 내부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백화점은 다음달 13일까지 여름 정기 세일을 하기 때문에 같은 달 19일 시작하는 ‘서울 그랜드 세일’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백화점은 세일 종료 20일 이내에는 세일을 하지 못한다.

관광특구 지역의 상인들도 냉담한 분위기다. 명동상가번영회 이동희 사무국장은 “그랜드 세일 기간은 여름 상품이 들어가고 가을 신상품이 나오는 시기인 탓에 세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업소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은데, 무슨 세일 행사냐” 하는 상인이 많다”고 전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정경훈 사무국장은 “솔직히 상인들 중 그랜드 세일의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서울시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참여하지만 겉치레 행사가 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교통 분야 참여 업체로 소개된 ‘서울시티투어버스’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전담 상담원은 “시티투어버스는 민간여행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서울시의 세일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세일 참여 업체조차 못 정해=서울시 관광진흥과 이관형 팀장은 “협회 등을 통해 참여 업체를 파악하다 보니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이번 주 중으로 일일이 업체들을 설득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일 시작이 한 달밖에 안 남았으나, 참여 업체와 할인 행사 내용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쿠폰북 제작과 홈페이지 정비 같은 다른 작업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이는 세일 개시 수개월 전부터 타깃 여행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싱가포르·홍콩 등과는 대조적이다. 싱가포르 관광청 한국사무소의 양지선 차장은 “싱가포르 관광청은 매년 세일 개시 몇 달 전에 브로슈어(안내책자)를 배포한다”며 “올해도 참여 업소와 할인 품목의 사진·정상가·할인가·구매 방법 등이 상세히 소개된 쿠폰북이 세일 개시 한 달여 전부터 한국 여행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상인들로 이뤄진 단체인 ‘싱가포르소매점연합회’가 행사를 기획하고, 싱가포르 관광청이 이를 체계적으로 홍보 및 후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관이 주도하는 서울의 그랜드 세일과 비교된다.

한양대 이연택(관광학부) 교수는 “도시 마케팅 차원의 세일 행사는 할인 가격의 정직성, 소비자 불만 구제 같은 신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민간업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 뒤 세일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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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세일=개별 쇼핑몰 차원을 넘어 한 도시의 쇼핑 지역 전체에서 대규모 할인을 하는 행사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소매점·항공사·호텔·여행사·신용카드사·관광청이 공동으로 마케팅을 한다. 서울시가 외국에 대대적인 광고·홍보를 하며 그랜드세일을 개최하기는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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