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위대 대놓고 “정권 퇴진” … 정부는 뭐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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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0시34분 포털사이트 다음‘아고라’에 ‘중앙일보 시위 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시위대가 중앙일보에 ‘조중동 폐간’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이 촛불집회를 개최한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1000여 명으로 줄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불법 도로 점거와 불법 양상은 계속됐다. 이날 집회의 주제는 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만이 아니었다. 시위대는 ‘조·중·동 규탄 및 공영방송 사수’를 목표로 정했다.

시위대 가운데 500여 명은 오후 9시쯤 태평로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앞에서 ‘폐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항의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출입문 곳곳에 부착했다.

◇불법 왜 안 막나=동아·조선일보에서 시위를 벌인 집회 참가자 중 100여 명은 도로 2~3개 차로를 점거한 채 중앙일보 본사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현관 입구에 몰려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본사 사유지인 주차장 부지에 무단 침입했다. 이어 현관 출입문과 벽, 기둥 등에 ‘조·중·동 폐간하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수백 장 부착했다. 일부 참가자는 주차장에 세워진 일반 시민들의 차량에까지 무분별하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술에 취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세 언론사에 이어 여의도 KBS 본사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사수하라’ ‘이명박은 방송 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개최했다. 오후 10시40분쯤엔 KBS 앞에서 취재 중이던 SBS 카메라 기자를 둘러싸고 ‘왜곡 보도 각성하라’ ‘SBS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이 시위대의 타깃이 된 상황이다.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하고 원칙도 지켜야 하니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습책 안 나오나=청와대는 ‘촛불 국면’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가 16일 “이번 주 중 인적 쇄신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그 정확한 시기와 폭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미국과의 재협상이나 야당이 요구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두 요구 모두에 대해 ‘불가’ 입장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경찰의 촛불시위 대응이 ‘쇠고기 국면’ 초기에 비해 이처럼 달라진 배경에 청와대의 기조 변화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 직후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만의 하나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촛불집회는 야간에 열리는 집회인 데다 참석자 중 노약자가 많다”며 “시위대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경찰이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남궁욱·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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