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號관련 남북 물밑접촉設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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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갑작스런 우성호 선원 송환 발표를 놓고 통일원 주변에는 「남북비밀 접촉설」이 번지고 있다.한마디로 갖가지 대남비난을 퍼부으며 7개월간 억류하던 우성호 선원을 아무런 반대급부 보장없이 돌려준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 는 것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우성호 송환 발표 시점이다.북한이 우성호 송환을 발표한 22일은 통일부총리가 교체된 바로 다음날이다.게다가 신임 권오기(權五琦)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북한당국은 물론 주민도 감안한 복안(復眼)적 시각이 필 요하다』고 강조했다.그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정권을 생각하면 괘씸하지만굶주린 주민을 생각하면 북을 좀 도와줘야한다」는 식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평양은 기다렸다는듯 우성호 송환을 발표했다.우연치고는 서울과 평양간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이와함께 북한 노동신문이 23일자 논평에서 「대남 군사위협」을 부인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북한은 방송을 통한 우성호 송환 결정사실 발표전 우리정부에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팩스로 이를 알려왔음이 확인됐다.
이런 등등으로 미뤄 남북간에는 비밀회담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사전 교감 정도는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비선(비線)접촉이 이번 송환과정에서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남북은 지난해 11월부터 물밑 채널을 운영해왔다.
지난 6월에 타결된 대북 15만쌀지원도 이같은 사전 교감을 배경으로 이뤄진 것이다.따라서 이번에도 양측은 기존의 비선 채널을 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북한실장 홍지선씨의 행적이다.
지난번 베이징 남북 쌀회담때 길잡이 역할을 했던 洪실장은 지난 15~17일 중국을 방문했다.같은 시기에 북한의 전금철(全今哲)대외경제협력추진위 고문도 베이징에 머물렀음이 확인되고 있다.남북은 이 홍지선-전금철 라인을 통해 우성호 송환을 포함한모종의 「남북관계 해법(解法)」에 의견을 같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또 남북은 이 자리에서 우성호 송환을 계기로 제한적인 당국간 대화와 민간채널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등 2중적인 접촉등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통일원 당국자들은 우성호 송환에도 불구하고 서울-평양간에는 당분간 기존의 냉랭한 「무거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우선 북한이 우성호 송환의 타이밍을 놓친데다 인공기(人共旗)사건.비너스호 억류사건등으로 국민감정이 워낙 악화돼 정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 쌀협상에 참여한 한 통일원 당국자는 『우리가 헤어지자고등을 돌리니까 북한이 바짓가랑이를 잡으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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