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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낙하산 납품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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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애완견 값 48만원, 버티컬 설치비 40만원, 룸살롱 술값 100만원…."

군 관계자에게 뇌물과 향응을 베풀어 폐기처분해야 할 부품을 재사용한 불량 낙하산을 군에 납품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구속된 방산업체 D기업의 대표 金모(44)씨가 만든 '뇌물수첩'은 이렇게 적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金씨는 지난해 4월과 6월 육군 특전사와 공군 부대에서 폐기 예정인 중고 하네스(낙하산 멜빵) 1600여개를 군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주고 빼냈다는 것이다. 金씨는 이어 중고 하네스에서 낙하산과 배낭을 연결하는 고리 등 금속부품을 도금, 새것처럼 꾸민 뒤 새 원단을 이용해 낙하산을 제작했다. 중고를 쓰면 단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金씨는 지난해 11월 특전사에 58세트, 3억4천100만원어치의 불량 낙하산을 납품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군 규정에 따르면 10년 또는 300차례 이상 사용한 하네스의 금속부품은 쉽게 부러져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 채 고공에서 그대로 추락할 위험이 있어 전부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金씨가 규정을 어기고 불량 낙하산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黃모(45).梁모(46)준위 등 군 관계자 15명에게 '기름칠'을 해둔 덕분이라고 한다. 경찰이 압수한 金씨의 '뇌물수첩'엔 黃씨 등에게 제공한 향응과 뇌물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접대비 총액은 1억6000여만원.

이들에게 룸살롱 술자리와 수백만원의 돈 다발은 기본이었다. 결혼 20주년 기념식사 비용, 차 수리비는 물론 신발.안경 등 사소한 물건까지 챙겼다. 金씨에게서 24차례나 향응과 금품을 받은 군 관계자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梁.黃준위 등 3명을 구속했다. 국방부는 "이들 낙하산이 실제로 군에서 사용됐는지와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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