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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크기에 CD 1500장 기억 ‘테라비트’ 원천 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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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극도로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는 다공성 산화물을 거푸집으로 사용해 기판 위에 올려 놓는다. 이어 PZT 산화물을 집어넣어 기판에 달라붙도록 하고 맨 위에 전극으로 사용할 백금을 코팅한다. 이어 거푸집을 제거하면 기판 위에 정보를 저장하는 나노 크기의 소자가 배열된다.

‘꿈의 기억 소자’로 통하는 테라비트(1테라는 1조) 기억소자 개발을 앞당기는 획기적 첨단기술 두 가지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테라비트는 CD 1500장 분량의 정보를 엄지손톱 크기의 면적에 저장하는 수준이다. 이런 기억소자가 상용화되면 수퍼컴퓨터에 저장해야 할 엄청난 양의 정보를 노트북컴퓨터에 담을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이우 박사팀과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백성기 교수팀은 D램· S램· 플래시메모리의 특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F램을, 포스텍 화학과 김광수 교수팀은 자기저항 효율을 기존 소자보다 1만 배 이상 높인 수퍼자기저항 스핀밸브를 개발했다. 이들 두 연구 성과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 16일자 온라인판에 동시 발표됐다.

◇신형 F램=이우 박사팀은 F램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의 F램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려워 답보 상태이던 F램의 기술 개발에 활로가 열리게 됐다. 연구팀은 납-지르코늄-티타늄 복합 산화물(PZT)로 F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만든 기억용량은 300킬로비트(Kb)였다. 이 박사는 “테라비트의 기억소자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라며 “F램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PZT로 고집적 F램을 만드는 데는 극히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는 다공성 산화알루미늄을 썼다. 이를 거푸집 대용으로 한 것. 백금이 코팅된 기판 위에 이 거푸집을 올려 놓은 뒤 PZT를 집어넣었다. 이어 그 위에 전극으로 쓸 백금을 올려 놓은 뒤 거푸집을 제거했다. 이 박사는 “수백만 번 이상 읽고 쓰는 동작을 수행한 후 급격하게 정보가 손실되는 ‘전기적 피로’ 현상을 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저항 1만 배 향상=김광수 교수팀은 벌집 모양의 탄소 원자들의 평면 배열(그래핀)을 이용해 자기저항 효율을 1만 배 높인 수퍼자기저항을 만들어냈다.수퍼자기저항은 학계에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다. 자기저항 효율이 크면 기억 저장장치의 정보를 쉽게 읽어내 소형화·고집적화가 쉽다.

연구팀은 그래핀의 양쪽에 강한 자석의 성질을 띤 전극을 설치한 뒤 전류를 흘렸다. 이때 두 전극의 자석 방향을 서로 반대로 했을 때 수퍼자기저항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전자의 회전방향이 반대인 데다 자기장의 방향이 반대로 돼 있을 때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겨 전류의 흐름이 완전히 막힌 결과다.

김 교수는 “전자의 회전방향뿐 아니라 전자의 위치를 결정하는 파동함수까지 일치하도록 해야 전류가 잘 흐르지만 그러지 못하게 외부자기장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차세대 기억소자와 전자소자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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