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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30개월 이상 쇠고기 못 들어오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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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완 정무수석,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 대통령, 이 총재, 임영호 자유선진당 총재비서실장, 박선영 대변인. [사진=김경빈 기자]

15일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무려 3시간 반을 청와대에서 함께 있었다. 양측 비서실장·대변인 등이 배석한 한 시간의 오찬 뒤 두 사람은 90분간 단독으로 만났다. 지난달 이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독대 시간이 불과 10분이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두 사람은 독대를 마친 뒤 대변인들을 불러 1시간 동안 대화내용을 구술했다. 특히 이 총재는 대화 내용을 직접 적은 메모를 보며 구술하는 꼼꼼함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총재를 깍듯하게 예우했다. 오찬에 앞서 오찬 장소인 상춘재까지 이르는 오솔길을 함께 산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제일 좋은 날이다. 예전에 빌 게이츠가 왔었지만 내국인과 이 오솔길을 함께 걷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오찬 중에 이 총재가 “(선진당)박선영 대변인의 논평이 많이 아프셨죠”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내가 욕을 얻어먹어보니 (비판하는 사람들의)진정성이 전해지더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이 대통령과의 회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게 “야 3당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총재만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건 부적절했다”고 했고, 이 대변인은 “죄송하다. 제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오찬 메뉴는 게살요리와 전복찜, 굴비구이, 만둣국 등 한·중식 퓨전요리였다. 다음은 주요 대화록.

▶이 대통령=“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미국 측이 자율규제하는 방안을 요구해 현재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상태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어떤 경우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 쇠고기 문제를 너무 주장하다가 자동차 등 다른 부분에서 발목을 잡히는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총재=“쇠고기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선 재협상밖에 없다. 재협상·추가협상이란 용어에 구애받지 않으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현재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하고 있다. ”

▶이 총재=“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나가면서 나를 따르라는 식으론 안 된다. 정부가 서민의 고통을 돌보지 않고 대기업 편에 선다고 국민이 생각하면 보수는 정말 설 땅이 없게 된다.”

▶이 대통령=“양극화 문제를 보수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고성장 정책으론 어려운 상황을 풀어갈 수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맞춰서 물가 잡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글=서승욱·정강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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