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재협상 주장하면 대화가 안 돼 … 자동차와 연계 가능성 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구동성으로 (면담자들이) 재협상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

15일 한나라당 쇠고기 대책 방미단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 정부와 의회의 ‘쇠고기 기류’를 전했다.

방미단에는 황진하(단장)·윤상현·권택기·이달곤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9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워싱턴을 찾아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방미단은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와 상·하원 의원 8명 등을 만났다.

황진하 단장은 “미국 측의 반응은 매우 완강했다. 재협상을 주장하다 보면 대화가 안 됐다. 재협상이란 말을 쓰기보다는 한국민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강조점을 둬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30개월령 이하 쇠고기가 미국 수출량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것만이라도 먼저 수출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의원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에 대한) 유예 기간도 오래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방미단은 미국 측이 한국의 쇠고기 재협상 주장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권택기 의원은 “그쪽에서는 재협상(renegotiation)이란 단어에 대해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해 협상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생각했다”고 우려했다.

윤상현 의원도 “우리가 원하는 재협상은 쇠고기 문제에 국한된 재협상으로, 엄밀히 말하면 추가협상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협상을 다시 하자는 것으로 보고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한·미 FTA 협상안에 있는 자동차 부분에 대한 재협상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케빈 브래디 상원의원 등이 의회 차원에서 자동차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방미단은 미국이 한국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황 단장은 “미국에서는 처음 쇠고기와 관련해 한국민들이 모여 반대집회를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정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개 첫 반응은 왜 왔는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거북스러워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권택기 의원은 “쇠고기 문제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자 한·미 동맹 차원에서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