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잔 펀치’에 말실수 결정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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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08면

김성이

출발부터 불안했다. 지난 2월, 10년 만에 여야의 위치가 바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여론을 업은 야당의 난타에 3명의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결정타’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미국 국적을 가진 자녀의 건강보험 부당혜택 등 도덕성과 관련된 ‘잔 펀치’를 많이 허용했다. 여야 합의를 얻지 못한 그는 뒤늦게 대통령 임명장을 받아들고 조용히 취임식을 치러야만 했다.

그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을 지냈다. 장관으로서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행동하는 복지정책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이 우려됐던 보건의료 분야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문제가 논란을 빚자 서둘러 ‘없던 얘기’로 하는 등 기존의 복지부 정책기조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김 장관은 언행을 조심해야 했다. 장관 내정자 워크숍 때도 ‘복지병’ 발언으로 전문가 자질을 의심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워크숍에서 김 장관은 “(지난 10년 동안) 예산은 2배나 늘었지만 체감도는 낮아 ‘복지병’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기어코 말실수가 사고를 냈다. 광우병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13일 출입기자들의 점심식사 자리에 합석해 ‘비보도’를 전제로 발언한 것이 인터넷 토론방과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통상의 문제다. 협상을 이끈 것도 분명 통상 쪽이다. (외교통상부의) 잘못을 농림부가 대신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30개월이 안 된 소를 먹는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너무 잔인해진 것 같다. 소도 엄연한 생명체인데 10년은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파장은 컸다. 여당도 그의 자질론을 거론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소의 복지 장관이냐”며 힐난했다.

김 장관은 정책적인 대과(大過)는 없었다. 하지만 도덕성 관련 의혹을 깨끗이 떨치지 못한 채 취임해 말실수까지 겹치면서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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