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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일부 의원 묻지마식 인신공격 걱정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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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사진) 대통령이 13일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 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을 만나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 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가 서로 사랑이 조금 부족했느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의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게 아닌지…”라는 토로도 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이상득 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에 대한 경고란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근래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이 의원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을 겨냥했었다. 결국 박 비서관은 사표를 냈다. 최근 류 실장의 유임설이 돌자 정 의원과 가까운 김용태 의원이 “‘형(이 의원)을 통하면 다 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적 쇄신이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되고 있다. 이 의원이 깨끗하게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 일도 있다.

이후 이 의원 진영이 반격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은 확산 일로였다. 이 의원은 11일 친이 직계 의원 10여 명을 만나 “시중에 떠도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경률 의원은 참석자 중 한 명이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홍준표 원내대표가 13일 정두언 의원을 “해당 행위자”라고 부르며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 실세 중의 실세이다가 이제와 대통령 형을 물고 늘어지는 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한 일도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어려울 때 혹시 안에서 서로 싸울 일이 있더라도 멈추는 게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거들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최근 당내 갈등 양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상당히 언짢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여권, 특히 친이 진영이 오히려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인사권을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모습에도 불편한 심기라고 한다.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는 곤혹스러워했다. 안경률 의원과 연락해 이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파악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대체로 ‘제대로 된 인적 쇄신을 하란 충정에서 나온 문제 제기였는데 대통령이 몰라 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점차 이 대통령의 경고를 수용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도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며 “이제 대통령의 정국 수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남경필 의원은 “대통령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 의원 관련) 문제 제기가 결국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세상 민심이 어떤 건지 좀더 깊이 관찰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초선 의원은 “결국 인적 쇄신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이 성향이지만 양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 문제는 당내에선 예민한 사안”라며 “어떤 식으로든 당내 논의가 정리될 텐데 굳이 대통령이 나서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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