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야옹~하는 네 매력 뭐기에‘자연의 걸작’이란 찬사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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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고양이 문화사
데틀레프 블룸 지음, 두행숙 옮김
들녘, 464쪽, 1만9800원

프랑스 현대시의 아버지 샤를 보들레르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고귀한 자세로 그들은 먼 곳을 향해 생각에 잠긴다/마치 스핑크스가 고독의 심연에서 생각에 잠겨 있듯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뒤질세라 이런 찬사를 날렸다. “XXX는 자연의 걸작이다.”

이들 뿐이랴. 빌 클린턴, 로자 룩셈부르크, 찰스 디킨스, 리슐리외 추기경……. ‘그것’에 단단히 빠진 역사 속 인물은 넘쳐난다.

고대인들의 ‘그것’에 대한 사랑도 엄청났다. 이집트에서 ‘그것’은 바스테트 여신이 지상에 현현한 것으로 여겨져 국외 유출도 금지됐다. 그것이 죽으면 사람들은 애도의 뜻으로 자신의 눈썹을 밀고, 시신을 미라로 만든 뒤 땅속에 매장했는데 1890년 영국인들이 네크로폴리스에서 발견한 미라만 30만구에 달했다.

이처럼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인간을 사로잡아온 ‘그것’은 뭘까. 이미 눈치챘겠지만 바로 고양이다. 이쯤되면 이런 물음이 절로 생긴다. 도대체 고양이의 매력이 뭐길래?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양이와 생활해온 글쓴이는 먼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고양이의 눈이 매력적이라 말한다. 고양이 눈은 반짝일 뿐 아니라 두개골로부터 상당히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어 좌우 280도 각도까지 볼 수 있단다.

고양이는 몸을 둥글게 웅크려 열손실을 가장 적게 하는 과학적 원리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부뚜막 위라면 사죽을 못 쓰는 데서 보듯 온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달콤한 잠에 취해 보내는 시간도 고양이는 하루 16시간에 달한다. 꿈도 3시간이나 꾼다. 꿈을 꾸지 않는 어류와 파충류, 하루 1분 꿈꾸는 새, 30분 꿈꾸는 쥐와는 비교가 안된다. 심지어 사람도 2시간 정도 꿈꾸는 데 그치니, 고양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꿈을 꾸는 낭만적인(?) 동물인 셈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다람쥐, 코끼리, 곰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목격돼 폭넓고 ‘다문화적인’ 의사소통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글쓴이의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인 찬사를 읽다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자신의 힘찬 야옹 울음소리를 담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빌 클린턴의 고양이 ‘삭스’의 호사를 보면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 애호가는 물론이고 주변의 늘어나는 도둑고양이에 몸서리쳤던 이들에게 권한다. 고독의 심연에 잠겨있는 ‘자연의 걸작’이 우리 곁에 널려 있는 데 감사하게 될 듯하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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