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의회·정부 컴퓨터 해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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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미국 의회와 정부의 전산망을 광범위하게 해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 공화당 소속 프랭크 울프·크리스 스미스 연방하원은 11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해커가 의원실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하원 세출위원인 울프 의원은 “중국 스파이 행위의 주요 목표는 미국”이라며 “하원 컴퓨터와 정보망을 해커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하원 정보위·군사위 등은 중국의 해킹 문제를 다루기 위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인권탄압을 강력히 비판해 온 두 사람은 자신들의 컴퓨터에 담겨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울프는 “2006년 8월부터 내 방의 컴퓨터 4대가 여러 차례 해킹당했다”며 “해킹 이후 (미국 내) 중국 관리 소유 차량이 워싱턴 외곽의 패어팩스 카운티에 사는 중국 반체제 인사의 집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위 소속인 스미스 의원은 “2006년부터 2007년 3월 사이 방의 컴퓨터 2대가 공격당했다”며 “해킹 활동은 매우 조직적이었다”고 말했다.

울프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커가 다른 하원 의원들의 컴퓨터뿐 아니라 하원 상임위 중 적어도 한 개의 컴퓨터에 침입했다고 연방수사국(FBI) 측이 나에게 알려줬다”며 “상원 컴퓨터도 해킹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해킹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길 꺼리는 미 행정부 관계자가 나에게 해킹 사실을 드러내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린 웨일 대변인도 이날 “울프·스미스 의원이 해킹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외교위 컴퓨터도 중국 해커의 타깃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상원에선 민주당 딕 더빈 원내총무가 상원 컴퓨터도 해킹당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하원에서 열린 비공개 정보위원회에서 국방부 전산망이 매일 3억 차례 이상 해킹당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중국이 미국 상무부 전산망을 해킹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국을 찾은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의 노트북 컴퓨터를 복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미 국방부 전산망이 일주일간 차단된 적이 있는데,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측의 해킹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제임스 렌드 포브스(공화) 하원의원은 지난달 워싱턴 타임스 기고문에서 “중국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2000∼3000개 기업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고, 몇 차례나 미 국방부 컴퓨터를 해킹했다”며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러나 이런 의혹들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의 컴퓨터 복제 문제에 대해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방부 전산망 해킹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중국 외교부는 울프·스미스 의원의 해킹 주장에 대해선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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