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영웅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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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허영호(許永浩)씨가 남극대륙 최고봉인 빈슨 매시프(해발 5,140) 정상(頂上)에 오르는데 성공,지구 3대 극점과 7대륙최고봉을 모두 밟은 세계 최초의 탐험가가 됐다.이는 그 한사람만의 영예에 머무르지 않는다.한국국민 전부가 기 릴 성취이자 세계 모든 사람이 기념할만한 경사(慶事)다.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지.인.용(智.仁.勇),이 세가지 덕목(德目)의 잣대로 매기는 문화 속에서 수천년을 살아 왔다.인류문화는 제각기 그 가치 설정에서 서로 조금씩 다른 상대적.다원적 측면이 있으나 지.인.용은 대체로 모든 문화 가 다 수용하는 보편적 덕목이다.
탐험가는 이 세가지 덕목을 고루,그리고 가득히 갖추지 않고선성공할 수 없다.기상과 지형이 변덕스럽게 내놓는 갖가지 시련에대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지혜,대원들의 사기고무와 조화로운 단체행동을 이끌어내는 리더로 서의 인덕(仁德),그리고 탐험의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마다,순간마다 만나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참아내는 용력(勇力)을 최대 용량(容量)껏갖추지 않고선 許씨의 위대한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리적 탐험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그 어떤 활동 분야에서나지.인.용 없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許씨는 모든 사람의 모범이다.우리가 속하는 유교문화가 어느 시기부터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면 그것은 문화의 진정하고 창 조적 근본가치인 이 지.인.용을 저버리고 사이비적이고 소모적이더라도 지엽(枝葉)가치인 권력과 부(富)에만 집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許씨는 새로운 시대의 문 앞에 있는 우리의 영웅이다.그는 참다운 가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줬다.근년 들어 우리는 세계를제패하는 창조와 모험의 영웅들을 더러 배출하고 있다.바둑의 이창호,음악의 정명훈과 그밖의 천재들,마라톤의 황 영조 이런 사람을 국민의 영웅으로 기려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이들을 본받는 학자.경제인.정치가들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하자.허영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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