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 김진우재판관등 반대의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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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란이 그 목적을 달성해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이 변경되거나지배권력이 교체되는등 변혁에 성공하였을 경우 내란 행위자들을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범죄행위가 그 성공여부에 의해 형벌법규 존폐를 좌우할수 있다는 논리는 법의 본질에 반하고 존엄을 해치는 것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장악에 성공한 내란행위자에 대해선 국민으로부터 정당하게 국가권력을 위탁받은 국가기관이 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 뿐이며 훗날 정당한 국가기관이 그 기능을 회복한 이후에는 사실상 불가 능하였던 처벌이 실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피의자 전두환(全斗煥)이 통일주체국민회의 등을 통한간접선거에 의해 두차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나 제5공화국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에 의해 통과된 것은 비록 형식적으론 당시의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그 진 상이 은폐되고 계엄령하의 강압적인 분위기 아래서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수 없었던 대의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따라서 이를 가리켜국민이 자유롭게 그들의 주권적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서내란행위에 대해 승인한 것이라 고는 볼 수 없다.
또 피의자 노태우(盧泰愚)가 제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이 사건 내란행위에 의해 창출된 제5공화국의 질서가 국민의 저항으로 더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국민의 의사에 따른 새로운 헌법질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 진상이 정확히 규명 되지 아니한 채 국민의 상대적 다수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해 이로써 이 사건 내란행위에 대해 국민의 승인이 있는 것으로볼 수도 없다.
내란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설사 내란행위자들이 그 목적을 달성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국민을 지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위법성은 소멸되지 아니하며 처벌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헌법 제84조는 대통령도 다른 범죄와는 달리 재직중에도 내란.외환의 죄에 대해 소추받을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으므로 결국 내란의 죄에 대하여는 내란의 성공여부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헌법적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임이 명백하다.
피청구인(검찰)은 이 사건 내란행위에 의해 창출된 통치체제를내란 정부로 단정할 경우 그와 같은 불법정부가 행한 대내외적인행위의 법적 효력이 부인되는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그 내란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란행위에 의해 성립된 국가권력도 일응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법규를 제정하고 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고 사후에 내란행위자를 처벌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법규나 처분의 효력은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의 또 다른 요구에 기하여 내란행위로 수립된 질서에 대하여도 일응의 규범력을 인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내란으로 성립된 통치체제가 그 후 내란정부로 단정된다고 해서 그 정부가 행한 대내외적인 행위의 법적 효력 이 인정될 수 없게 되어 법적 공백상태와 혼란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며 헌정질서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피청구인이 피의자들의 피의사실에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한 것은 결국 헌법의 이념이나 내란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위법을 범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중 집권에 성공한 내란은 처벌할수 없다는 이유로 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형사재판 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를 취소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한심판절차는 청구취하로 종료됐음을 선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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