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좋고 진한 향매실 ‘꿈을 따는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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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에 매실을 처음 심은 고 이택종씨의 부인 황순례씨<右>가 방옥심 이장과 함께 갓 딴 매실들을 보며 웃고 있다.

“우리 동네 매실을 한 번 접해 본 사람들은 다른 지역 매실보다 값이 비싸도 꼭 우리 것을 다시 찾지요. 향이 진하고 약효가 좋아서 그래요.”

향매실 마을로도 불리는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에 사는 방옥심(60·여)씨의 자랑이다. 방씨는 6년째 이장 일을 보고 있다.

계월리에는 외동·중촌·이문 등 3개 자연부락이 있고, 전체 70농가 가운데 37농가가 매실 농사를 짓고 있다. 총 72㏊(20여만평)에 이르는 매실 과수원에서 요즘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방씨는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명절 때는 못 와 보더라도 이 철에는 꼭 와서 일을 돕는 게 우리 마을”이라고 말했다. 매실을 따는 6월 한 달은 매우 바쁘고 일손이 달린다는 이야기다.

계월리 매실은 지역 시중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물량이 수확하는 즉시 계월 향매실 영농조합법인(www.sumaesil.co.kr)을 통해 곧장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과 영등포 청과도매시장, 강서 청과도매시장으로 출하되기 때문이다.

요즘 농민들이 도매상에게 넘기는 가격(10㎏ 상자)은 알이 굵은 상품은 4만원, 중품은 3만원, 하품은 2만원 정도다. 이웃 구례·곡성 에서 나오는 매실보다 5000원 가량 높다.

계월리 마을들은 바랑산(해발 620m) ·문유산(해발 688m)·둥지리봉(321m)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기온이 평지보다 2~3도 낮고 밤낮의 기온 차가 매우 크다. 때문에 매화가 피고 열매를 따는 시기가 광양 등에 비해 2~3주가 늦어, 오랜 기간 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대 들어 이 곳 매실의 약리적 효과가 우수하고 향이 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을과 주변에 공장은 물론 축산 농가조차 없고, 농약을 거의 사용치 않고 재배하는 것도 계월리 매실의 장점으로 꼽힌다.

계월리 농민들은 현지에 찾아 오거나 전화로 주문하는 소비자들에게 열매가 익어 노란빛을 띠는 매실을 권하고 있다. 이것이 완전히 푸른 청매실보다 더 맛있다는 것이다.

익은 매실은 15일께부터 이달 말까지 수확한다. 문의 010-8288-2664

◇매실로 고소득= 향매실 영농조합법인의 김선일(43) 대표는 “농협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서울로 출하한 뒤 값을 더 좋게 받고 있다”며 “농촌 마을로서는 소득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매실나무가 많은 집은 1억원 가까이를 벌고, 보통 집도 한 해 수확이 끝나고 나면 3000만~4000만원씩을 손에 주고 있다고 한다.

계월리 매실은 일제 때 일본에 가 살던 마을 출신 이택종씨(1997년 작고)가 1960년 대 중반 묘목 200그루를 가지고 와, 처음 심었다. 이웃 농민들이 이씨의 매실나무 가지를 꺾어 뿌리를 내려 심었고, 오늘날 마을 단위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매실 과수원을 갖게 됐다.

이씨의 부인 황순례(66)씨는 “남편은 많은 사람이 함께 농사지어 생산량이 많아야 상인들도 찾아오는 등 경쟁력이 있다며 매실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했었는데, 동네가 그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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