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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박빙의 승부처] 경기도 고양 일산갑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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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경기도 고양 일산갑
홍사덕 "탄핵 정면 돌파"…한명숙 "이젠 새 정치"

열린우리당 한명숙 후보 사무실 벽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 '사무실에 표(票) 없다'.

경기도 고양 일산갑에서 백병전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로를 지켜보는 눈은 일촉즉발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는 탄핵 역풍의 복판에 서 있다. 원내총무였던 그는 이 역풍을 피하려야 피할 길이 없다. 그는 "탄핵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진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대한민국이 대통령보다 더 소중합니다'라는 격문이 즐비했다.

열린우리당 韓후보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에 맞서고 있다. 탄핵 순풍을 타고 있는 그는 "주민들이 이미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탄핵을 선거 쟁점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韓후보는 대신 "지금의 여론은 낡은 정치가 무너지는 소리"라며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을 알리겠다"고 했다.

5선 관록의 야당의원(洪)과, 두 차례 장관을 지낸 여성계의 거물(韓)이 맞붙은 중량급 선거구. 은근한 인물 경쟁도 시작됐다. 洪후보는 "이제는 국민을 위해 큰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韓후보도 "국민의 리더로 다가가고 싶은 포부가 있다"고 받아쳤다.

14만5000명의 유권자는 누구 편일까. 회사원 이동락(47)씨는 경제 파탄을 지적하며 한나라당을 꼽았다. 주부 김혜숙(31)씨는 "한나라당이 盧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지지 정당은 있지만 아직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는 응답이 많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박태우(40) 후보는 "참신함으로 21세기 새 정치 패러다임을 창출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무소속 최윤기(51) 후보도 경쟁에 가세했다.

고양=박승희 기자

*** 대구 동구갑
이강철 강세 속 주성영 격차 크게 좁혀

대구 동구갑. 동대구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대구의 관문이지만 오랜 세월 개발이 미뤄져온 소외 지역이다. 이번 총선에선 대구 민심의 향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참여정부 실세라는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측 지킴이는 검사 출신인 주성영 후보다.

최근 두달 사이 여론조사 결과는 파도를 타고 있다. 탄핵정국 직후 李후보가 20%포인트 앞서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 '이제 대구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거대 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부닥친다.

"대구라고 어떻게 변화에서 비켜날 수 있습니꺼. 이번에 잘못하면 대구공화국 됩니더."(경북산업정보직업학교 吳모군.19), "어제 TV 보니 박근혜가 울데예.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한다는데 대구에서라도 도와주야지예."(기사식당 여종업원 金모씨.53)

양측은 선거당일 투표율을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개혁 성향의 젊은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를 놓고서다. 전체 유권자 12만명 중 20대가 24.1%, 30대가 20.8%, 40대가 19.9%다.

정책 대결은 역세권 개발이 최대 이슈다. 李후보 측은 여권 프리미엄을 내세워 "5000억원이 들어가는 40층짜리 초고층 쌍둥이 빌딩을 건립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朱후보 측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空約)"이라며 인근 동촌유원지의 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내걸었다. 민주당에선 이광수 후보가, 자민련에선 김건찬 후보가 각각 추격전에 나섰다.

대구=이수호 기자

*** 전북 정읍
윤철상 - 김원기 '삼세판 대결'에 관심 쏠려

1일 오전 전북 정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50대 아주머니 두명에게 지역민심을 물었다.

"탄핵이 민심을 완전히 뒤집어놓긴 놨는디…. 앞으로 또 다른 변수가 있을란가는 모르겄소."

"그래도 사람 보고 찍어야지이~. 바닥 민심은 아직 모른당게."

정읍은 전북 최대의 격전지다. 특히 열린우리당 김원기 후보와 민주당 윤철상 후보의 '삼세판 대결'이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으로의 표쏠림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바닥민심이 아직은 유동적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1996년 15대 총선 때는 尹후보가 거의 더블 스코어로 金후보를 따돌렸다. 하지만 2000년 16대 총선 때는 金후보가 尹후보를 전국구로 밀어내고 지역구 공천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에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됐다.

金후보측은 "탄핵사태 이전만 해도 접전이었지만 탄핵 후폭풍으로 대세가 완전히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본격 선거전에 들어서면 현 정부 실세임을 적극 앞세워 지역경제 발전의 적임자임을 각인시킨다는 홍보 전략도 마련해 놓고 있다.

尹후보측도 탄핵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이 점차 가라앉고 있어 진정한 지역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면 주민들의 표심도 다시 모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토박이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강광(이하 무소속)후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았던 김정기 후보, 16대 총선에서 21.6%를 득표한 황승택 후보 등도 활발히 표밭을 누비고 있다.

정읍=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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