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사이클 선수, 올림픽 출전을 꿈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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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스젠더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이같은 ‘성차별’에 도전장을 내민 사이클 선수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출신의 크리스틴 울리(40). 7년 전 성전환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신했다. 그녀가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면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올림픽 참가자가 된다. 캐나다 CBC 인터넷판은 온갖 고초 끝에 여성 사이클 선수로 거듭난 울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수적인 가정의 입양아였던 울리는 어려서부터 극심한 성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가족에게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던 그는 거식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울리는 7학년 때 학교 육상팀에 들어가면서 자신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저 육상선수(runner)로 여기게 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수상스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항상 분홍색 유니폼을 고르게 되는” 자기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여러 차례 상담도 받았지만 단순 성적 이상자로 취급받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결국 1996년 호르몬 복용을 시작하면서 이름도 크리스에서 크리스틴으로 바꿨다.

19세가 되던 해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어 사이클로 진로를 바꾼 울리는 성전환수술을 받은 다음 남자 사이클에서 여자 사이클로 다시 종목을 바꿨다. 그녀는“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힘들었던 자신을 지탱해준 건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녀는 올림픽에 출전해 누구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계인에게 전달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캐나다 사이클 연맹(CCA)은 울리가 국내 대회 참가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울리는 국제올림픽연맹(IOC)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지만 ‘성전환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여부를 심사할 만한 과학적 연구가 아직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답변만 되돌아왔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와 스포츠계도 울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계기로 성전환 선수들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운동 능력이 뛰어날까. 울리는 오히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난 다음 근육을 만드는 데 필요한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지 않아 더 불리하다고 말한다. 적혈구 생성능력도 떨어져 쉽게 피로를 느낀다고 한다. 울리는 “내 몸은 자궁을 들어낸 일반 여성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6월말 있을 국내 사이클 대회 참가를 앞두고 훈련 중이다. 올림픽대표 선발전이 아니어서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기는 힘들다. 땀 흘려 훈련하면서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내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는 울리의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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