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화랑가 10여곳서 소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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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모의 화랑가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미술 소품전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 파동의 여파로 얼어붙은 화랑가 연말경기를 되살려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한 소품전은 좀 더 의미있는 선물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보너스 등으로 다소 여유가 생긴 미술애호가들이 평소 소장하고 싶었던 작가의 소품이나마 한 점 구입하려는 관심으로 다소 활기를 띠는 표정이다.
「소소회 작은 그림전」등 몇몇 소품전이 이미 치러진 가운데 연말까지 10여개 이상의 소품전이 새로 개막되거나 계속될 예정이다. 〈표 참조〉 소품종류도 다양해 오승우.이대원.박창돈.강우문.김병종.백순실.황주리.김경희 등 국내 동.서양화를 비롯해,조각,판화나 생활도예,금속공예 작품 등도 나와 있다.
일본의 동판화가 도모에 요코이,미국의 제임스 리치,도예가 린다 카레스 등 외국작가의 소품도 전시.판매중이다.
또 골동품의 범주에 드는 전통 생활목기를 함께 전시하는 곳도있다. 회화작품의 경우 10호 미만의 소품이 주를 이루고 있고호당 50만원이내의 작품들이며 조각은 30~50㎝정도의 일반 가정에서 소장하는데 비교적 부담이 적은 규모의 작품들로 100만~200만원 안팎의 작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박광진 등 잘 알려진 판화가 6인의 오리지널 판화 6점을 수작업으로 96년 캘린더로 제작,다 쓴 뒤에는 표구해 소장할 수있게 만든 35만원짜리 판화달력도 나와 있다.
미국의 팝 아트작가 제임스 리치는 유화.판화.조각.도자기 등의 본격적인 작품과 함께 작품 그림이 새겨진 라이터.시계.넥타이.장식함.달력 등 1만5,000원에서 10만원정도의 생활소품을 전시회에 출품,미술애호가 뿐만 아니라 색다른 선물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수선한 시국 여파로 미술애호가들의 저변을 늘리려는 화랑가의 이같은 노력이 아직은 예년처럼 크게 활기를 띠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초까지 소품전을 열었던 인사동 P화랑 관계자는 『예년의 절반도 팔지 못했다』며 비자금파동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청담동의 S화랑 K씨는 『연말이 되면서 올해 소품전은 언제 열리느냐는 문의를 해오는 미술애호가들이 많아 올해도소품전을 열게 됐다』며 『화랑을 찾는 미술애호가들의 발걸음이 그렇게 줄지는 않은 듯 하다』고 반가워하고 있다 .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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