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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일본 ~ 중·러 잇는 물류의 바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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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해항 전경. 내년 초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각각 연결하는 신항로가 개설된다. [강원도 제공]

김진선 강원지사

지난달 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화이트하우스. 강원도와 속초시, 중국 지린(吉林)성, 일본 니가타(新潟)현, 러시아 연해주와 해당 지역 해운사 관계자들이 모여 ‘동북아시아페리 지방정부협의회’(가칭)를 구성했다. 이들은 속초~러시아 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백두산 항로의 안정적인 운영을 협의했다. 또 지난해 12월 합의한 니가타~속초~자루비노 신항로의 조기 개설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강원도가 일본·러시아·중국의 지방정부와 함께 동해안 경제권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국제 해상항로 개설이 추진되고, 장차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연결될 동해선 철도 공사가 시작되는 등 환동해권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신동해안 시대가 개막됐다”고 단언했다. 김 지사는 “냉전시대 동해는 차디찬 ‘얼음바다’ 였으나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수교가 이뤄지면서 교류와 협력의 ‘평화바다’로 바뀌고 있다”며 “동해안을 주목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해상 네트워크 구축=동해에 연접한 나라의 기본 연결 네트워크는 해상항로. 2000년 개설돼 운영 중인 백두산 항로에 이어 니가타~속초~자루비노로 이어지는 신항로의 출자금 문제를 조기에 해결, 올해 안에 배를 띄운다는 목표다. 올 1월 부산~러시아 보스토치니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선이 취항한 동해항도 주목받고 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 돗토리(鳥取)현 사카이미나토(境港)~블라디보스토크 항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DBS크루즈페리는 2009년 2월 이곳에 1만2000t 급 크루즈선을 취항시킬 예정이다.

이들 2개 항로는 국내 수도권과는 물론 중국 동북 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 및 러시아와의 거리를 단축시켜 준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물동량 유치에 유리하다. 총연장 900㎞에 이르는 니가타~자루비노~지린성 훈춘(琿春)의 경우 2일이면 물류 수송이 가능해진다. 일본 서부에서 유럽에 수출하는 수에즈 운하 항로는 물류 수송에 40일이 걸린다. 하지만 동해 신항로가 열리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철도와 연결, 25일이면 가능하다.

◇육상 네트워크=올 3월 20일 포항에선 의미 있는 철도 기공식이 열렸다. 포항~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이다. 2014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강원도는 이 노선과 연결되는 강릉~고성군 저진 간 동해북부선(110.2㎞)도 같은 시기에 개통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건의했다. 저진과 북한 금강산역 간에는 이미 철로가 복원돼 지난해 5월 한 차례 열차가 시범 운행됐다.

동해선 전 구간 철도가 개통되면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완성되고, 이 철도는 다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거쳐 유럽과 연결된다. 일본과 해저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유럽으로 가는 상당량의 물류가 동해선을 거치게 된다. 수도권 물량은 현재 남쪽만 복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경원선이나 원주~강릉 간 철도를 통해 TKR·TSR로 이어지는 등 강원도를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게 강원도의 구상이다.

◇권역별 전략산업 육성=LS전선㈜은 올 4월 말 동해공장 착공식을 했다. LS산전은 13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2009년 5월부터 국내 최초로 해저 케이블을 생산할 계획이다. LS전선의 동해 유치는 동해안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동해시는 조선 관련 기업 유치 및 자유무역지역 배후단지를 위해 추암동에 92만3000㎡의 제2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척시는 재난에 대비한 방재산업을 택했다. 9월 방재산업지원센터 준공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방재산업기술혁신센터·방재소재제품특화센터 등의 연구·지원시설을 갖춘 방재산업연구단지를 준공한다. 12만6000㎡ 규모의 방재산업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강릉시는 대천동 과학연구단지를 환태평양 국제교류형 연구개발(R&D) 특구로 특화된다. 현재 KIST 강릉 분원이 위치한 이곳에 요업기술원 분원, 화학연구원 분원 유치와 함께 대학과 민간연구소 40여 개를 끌어들여 동해안권 신소재와 해양 바이오, 정보기술(IT) 중심 연구단지로 가꾼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그동안 서·남해안 위주의 L자형 개발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U자형 개발로 신동해안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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