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보나.
“정부가 너무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미국 소는 우리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검역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18대 국회가 개원조차 못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가야지 왜 길거리를 돌아다니나. 학생이 학교에 가야 되듯이 국회의원은 국회로 가야 한다. 먼저 야당에서 국회를 열자고 해서 문제를 따지고 정부 측의 답변도 들어보고 대책도 마련하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지금 여당은 국회를 열려고 하고 야당은 못 열게 하니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야당이 국회 열자고 하면 여당이 안 열었다. 국회 열어놓으면 시끄럽고 정부가 곤혹스러우니까 여당은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했던 적이 있다.”
-공공부문 개혁 등까지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직사회를 안정시키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너무 떠들어서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면 사회 전체가 불안하게 된다. 하나하나씩 가능한 것부터 조용히 진행시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인수위 때부터 너무 떠들썩했다. 조용히 해도 충분한데 인수위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개혁한다, 뭐 한다 욕심과 의욕이 넘쳤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부서를 없앤다 하면 거기에 관련된 국민이 많을 것 아닌가. 농촌진흥청 건만 해도 전 농촌의 농민이 궐기해서 농촌진흥청 폐지에 반대한다고 시위하고 농촌을 들쑤셔놨지 않나. 결국은 폐지도 못했다.”
-올바른 당청 관계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나.
“우리는 10년 동안 청와대가 없는 상황에서 당을 운영해 왔다. 당헌을 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한 구절밖에 없다. 언뜻 들으면 대통령이 하는 일에 뒷바라지만 하는 것 같은데 옳지 않은 일이 있으면 옳지 않다 하는 것이 올바른 당청 관계다.”
-관리형 대표를 표방했는데.
“관리형이라는 것은 주자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대통령 후보로 나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우리 당이 상당한 갈등의 국면을 거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또 주자들이 나와서 당 운영을 하면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 다른 상처를 낼 가능성이 많다.”
-친박 복당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복안은.
“복당 문제는 이제 끝내기 절차만 남아있다. 복당이 되고 나면 나는 계파 갈등을 없애기 위해 탕평인사책을 쓸 생각이다. 복당해서 들어오는 분들에게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 줄 것이다.”
-친박 인사들의 정부 요직 기용을 건의할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청와대에 건의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카드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내가 이야기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시대의 요구는 대통령의 권한을 좀 더 분산시키고 책임제를 가미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제는 무책임제 아닌가. 연임제 얘기를 하는데 내가 볼 때 그것은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연임제를 도입하면 책임요소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책임이 전반부에만 있지 후반부에는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현실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웬만하면 안 떨어진다. 결국은 임기 연장책에 불과한 것이다.”
-의원 내각제를 생각하나.
“그런 셈이다. 그런데 과거 한 번 실패한 경험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과거의 실패는 내각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당시 시대상황의 영향이 컸다. 이를 잘 알려서 내각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당권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과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 의원과는 20년간 같이 정치를 한 친구다. 그 친구와 어떻게 경합을 하나 밤낮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만간 대화를 해보고 싶다.”
-총선에서 낙천됐는데 당에 서운한 감정은 없나.
“인간인 이상 서운한 감정이 왜 없겠나. 하지만 논리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뛰어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천 후에 선거대책위원장도 맡고 전국을 다니며 지원유세를 했다.”
-20년 만에 원외가 됐는데, 무엇이 가장 바뀌었나.
“이제 국회의원 체질에서 평민 체질로 바꿔야지. 그런데 아직 얼떨떨하다.”
-원외 당 대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만 지금 강재섭 대표도 원외고 민주당 대표들도 다 원외지 않나. 한나라당에서도 과거 총재가 원외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원내대표가 과거 원내총무보다 훨씬 권한이 강화됐다. 원내 문제를 총괄하는 사령탑이 당 대표와 투톱 시스템을 이뤄 잘 조화할 수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호흡이 잘 맞을까.
“홍 의원은 검찰 후배고 역동감을 소유한 정치인이다. 내가 못 가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대변인 활동을 하면서 ‘총체적 난국’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등 많은 신조어를 유행시켰는데, 요즘 대변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대변인들은 너무 스트레이트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 같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데. 유연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곁들일 필요가 있다. 직접 비판하는 것이 당장은 강도가 센 거 같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비유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옮겨가면서 유행을 타면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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