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국당'이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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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마침내 이름을 바꾸어 신한국당(가칭)이 되었다.이름을 바꾼다고 새당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제2창당과 새출발의 각오로 이름을 바꾼만큼 집권당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시의 대상이다.
신한국당(가칭)의 등장은 3당통합시대가 실질적으로는 물론,상징적으로도 끝남을 의미한다.김종필(金鍾泌)씨와의 결별에 이어 과거청산작업으로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씨가 구속된 이상 3당통합은 진작 무너졌고,더 이상 3당통합의 당명(黨名)을쓰는 것이 우습게 된 것이다.신한국당(가칭)이란 새이름은 YS의 신한국건설이란 대선구호에서 나온 것 같은데,이름에서부터 이젠 YS당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름을 아무리 바꾸더라도 당의 체질과 운영이 바뀌지 않으면 그전이나 다를 바 없고,무기력한 집권당 그대로일 것이다.당장 당총재인 金대통령의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과거청산이란 작업에서 신한국당(가칭)의 역할은 무엇이며 입장은 어떤 것인가.상식적으로 말한다면 총재와 당이 한덩어리가 되어 추진하는 것이 마땅한데 현재 우리가 보기에 당은 들러리 또는 박수부대에 불과하다.당이 주도적으로 과거청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오히려 부분적으로 청산의 도마위에 오르느냐,안 오르냐로 가슴졸이는 입장이다.
우리는 집권당이 당명까지 바꾸며 새 출발을 한다면 당의 이런모습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들러리가 아닌 주체가 되든가,과감한 「헤쳐 모여」로 새판을 짜든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그런 점에서 당내 민정계 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분 명한 방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부분적이라 해도 청산주체와 청산대상이 혼거(混居)하는 상태라면 당이 제역할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당의 민주화와 돈 안드는 운영을 실천하지 않고는 새 모습이 될 수 없다.총재1인의 추종집단이 아니라 토론과 의견이 있는 정당이 돼야 하고,부패요소의 제거및 비자금지원이 필요없는 당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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