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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스타일을 지킨 당신이 옳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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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랑스가 5일(현지시간)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에게 작별을 고했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있는 생로슈 교회에서 열린 생 로랑의 장례식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를 비롯한 유명 인사가 총출동했다. 참석자는 1000여 명에 이르렀다. 장례식장엔 비비안 웨스트우드, 장 폴 고티에, 소니아 리키엘, 존 갈리아노, 발렌티노 가리바디, 크리스티앙 라크르와, 다카다 겐조 등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습을 보였다. 고인의 평생 고객이었던 이란의 팔레비 전 국왕 부인 파라 디바, 그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패션쇼 무대를 걸었던 클라우디아 쉬퍼를 비롯한 수퍼 모델들의 모습도 보였다. 수백 명은 자리가 부족해 교회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건물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생 로랑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브루니를 포함해 장례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여성은 바지 정장 차림을 했다. ‘여성에게 바지 정장을 입게 한 디자이너’라는 고인의 명성을 기리기 위해서다.

흰 백합과 치자나무, 장미로 가득 찬 교회에서 90분간 진행된 장례식 분위기는 시종 엄숙했다. 관 위엔 프랑스 국기가 덮였다

생 로랑의 절친한 친구이자 평생 고객이었던 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월터 휘트먼의 시를 읊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평생의 사업 동료이자 친구인 피에르 베르주는 이어진 추도사에서 “당신은 시대의 흐름을 쫓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켰다. 당신은 옳았다. 그 스타일은 이제 패션쇼장 뿐 아니라 전세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운구 행렬이 지나는 길거리에도 수많은 파리 시민이 몰려나와 떠나는 디자이너 계의 거인에게 애도를 표시했다.

생 로랑은 1일 71세를 일기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는 코코 샤넬, 크리스티앙 디올과 함께 프랑스의 패션 전성기를 이끈 디자이너로 꼽힌다. 일간 르피가로는 그에 대해 “20세기 후반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평했다.

생 로랑의 유해는 화장됐으며, 그가 생전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모로코 중부 마라케시의 집 정원에 뿌려질 예정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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