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학사정관제, 신뢰 확보가 관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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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려는 대학이 65곳에 이른다. 현재는 10개 대학이 시범 운영하는 정도다.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학들은 입학사정관들의 모임인 입학사정관협의회를 구성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교협도 대학들의 이런 노력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성장 환경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미국 대부분 대학이 운영하는 검증된 제도다. 수능 1~2점으로 입학 여부가 갈리는 국내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은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게 그간의 입시제도가 낳은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학이 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일종의 주관적 평가이지만 임의로 평가하거나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한 준비로 학생·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대가 얼마 전 미국 명문 코넬대의 입학처장을 불러들여 입학사정관제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컨설팅 계약을 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일률적인 시행도 경계해야 한다. 정원 외 선발과 특별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수시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우리 사회에 아직은 낯선 제도다. 수능이나 내신 같은 계량화된 점수로 선발하는 방식에만 익숙한 탓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교육목적에 맞는 학생을 뽑는 ‘학생선발권’을 제대로 실현하는 방법이란 점에서 더 미뤄선 안 된다. 대입 자율화 시대다. 우리 사회도 대학을 믿고 지원해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