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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승리 이끈 ‘역전의 참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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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당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 주자를 제치고 역전승을 거둔 점이다. 이들이 불가능해 보였던 후보직을 쟁취한 데는 참모의 역할이 컸다. 양측 핵심 참모들을 살펴본다.

◇오바마 진영=선거운동 책임자는 데이비드 플루프다. 청년 시절 오바마처럼 공동체 조직 운동을 했기 때문에 지지자를 규합하는 데 능하다. 오바마가 첫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주에서 승리해 바람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플루프는 아이오와주에 총력을 기울여 승리하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격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힐러리가 간과한 코커스(당원대회) 개최 지역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플루프와 손발이 가장 잘 맞는 이가 선거전략과 공보를 담당하는 시카고 트리뷴 기자 출신 데이비드 액설로드(52)다. 두 사람은 2004년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을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오바마와는 92년부터 알고 지냈다. 오바마가 중요한 연설문을 준비할 때 많이 의지했다. 나중에 힐러리 측도 본뜬 오바마의 슬로건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오바마 캠프 핵심 3인방의 또 한 명은 발레리 재럿(51·여)이다. 오바마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땐 늘 그를 찾았다. 시카고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 등을 지낸 재럿은 주로 캠프 바깥의 참신한 시각을 전달한다고 한다.

오바마는 매케인에 비해 외교 분야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 출신으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의 조언을 받는다.

◇매케인 진영=선거운동 책임자 릭 데이비스(50)가 실세다. 매케인과 부인 신디를 오랫동안 보좌했다. 지난해 정치참모 존 위버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선거참모였던 테리 넬슨을 경선 총책임자로 앉히려 했을 때 매케인은 데이비스를 선택했다. 그 바람에 위버와 넬슨은 캠프를 떠나야 했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낮은 지지율에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매케인 캠프를 낭비 없이 잘 꾸렸으며, 사기가 떨어진 캠프 관계자들의 이탈을 막아 경선 승리의 기반을 다졌다.

매케인의 비서실장인 마크 샐터(53)도 핵심이다. 그는 데이비스를 몰아내기 위한 공모에 가담했지만 살아남았다. 매케인을 20여 년간 보좌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은 탓이다. 매케인의 연설문을 도맡아 작성하는 그는 주군의 생각을 가장 잘 헤아리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매케인은 선거전략을 짤 때 로비스트 출신 찰리 블랙(60)을 꼭 찾는다. 197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을 도운 걸 계기로 공화당의 각종 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해 온 그는 매케인과 오랫동안 사귀었다. 그는 매케인의 70대 노인 이미지를 없애거나, 매케인의 정책을 좀 더 보수적으로 가다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케인은 외교안보 분야에 강하다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존 볼튼 전 유엔대사 등 여러 명의 네오콘(힘의 외교를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이 그를 자문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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