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샤부샤부-주부 홍춘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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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퇴근길 코끝 시린 밤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다보면 문득 훈훈한집이 더 없이 그리워진다.다 자란 형제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둘러앉은 밥상위로 찌개국물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는 그런 집 말이다.
주부 홍춘기(洪春基.38.서울시강동구명일동)씨네 시댁 5남매는 유달리 우애가 깊다.결혼전부터 싱가포르 지사에 근무했던 남편을 비롯해 한동안 쿠웨이트.파리.싱가포르.서울로 각각 떨어져산 덕분에 동기간의 정은 오히려 도타워졌다.요즘 은 그중 4형제와 시부모님이 모두 강동구 안에 모여 사는 덕분에 한달에 몇차례라도 모임을 갖는다.형제마다 둘씩 자녀를 뒀으니 모두 모이면 20명이 넘는 대가족.아파트 평수가 그중 큰 편이라 둘째인洪씨네가 곧잘 모임 장소가 된다.손 위.손아래 동서들이 다 한두가지씩 장만해오니 음식걱정은 크지 않은 편.손님을 맞는 주인격인 洪씨는 비교적 잔손질이 많이 가는 샤부샤부 재료를 준비해둔다. 멸치국물을 끓여 얇게 썬 쇠고기와 야채를 즉석에서 데쳐건져먹는 샤부샤부는 원래 일본요리.하지만 징기스칸이니,전골이니해서 고기와 야채를 함께 끓여먹는 요리는 동양 3국에 각각 다있는 것이고 얼마든지 입맛대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란 게 洪씨의 생각이다.
야채와 고기를 찍어 먹는 샤부샤부 소스만 해도 洪씨가 직접 개발한 것.우스터소스.간장.무즙에 고춧가루까지 넣어 한국사람이좋아하는 맵싸한 맛을 살렸다.
소스를 만들고,야채를 다듬어 놓고,다시마와 멸치 국물을 우려놓으면 사전 준비는 끝.식구들이 상에 둘러앉은 뒤에야 우묵한 전기냄비에 국물을 끓이면서 재료를 집어넣는다.여기에 시어머니와함께 주말농장에서 가꾼 겉절이를 곁들여 내놓으면 밥상의 화제는자연스레 화목한 일가족의 일상이야기로 돌아간다.국물에는 국수를삶아먹기도 하는데 담백한 맛을 즐기고 싶으면 애벌 삶아 건져놓은 면을 써도 좋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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