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준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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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9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故)이재준(李載濬)대림그룹 명예회장은 조그만 목재상에서 출발,오늘날 재계13위의 대기업을 일궈낸 근검절약의 기업인이다.
李명예회장은 건설공사 현장을 시찰하면서 구부러진 못 하나가 떨어져 있어도 곧바로 불호령을 내리는등 부하직원들에게 틈만 나면 절약을 강조할 정도였다.
그는 시간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는등 매사가 철두철미했다.또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앞에 나서는 것도 꺼려해 보수적인 기업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그러나 주위의 어려운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일면도 지녔다는게 그를 잘아는 사람들의 회고다.
지난 88년 장남 준용(埈鎔)씨를 그룹부회장 자리에 앉혀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주고도 한동안은 매일 회사에 출근해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는등 의욕적인 활동을 했다.91년 친형인 이재형(李載瀅)전국회의장이 사망하면서 경영을 완전히 장남에 게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은퇴해 독서와 운동을 하며 지내왔다.
李명예회장은 친지들의 길흉(吉凶)사에는 꼭 참석하면서도 외부모임에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등 사교모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李명예회장은 1917년 경기도 시흥군 산본리에서 태어나군포보통학교를 졸업했다.그는 졸업후 한성정미소를 자영하면서 사업가로 투신해 43년 친구들과 공동으로 출자해 목재회사인 대림산업을 설립했다.해방후 업종을 건설로 바꿔 안정.인화 를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대림그룹을 키웠다.
대림그룹은 현재 모기업인 대림산업을 포함,13개 계열사를 거느려 올해 매출규모가 4조5,0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전체 매출의 60%(도급순위 5위)를 차지하는 건설과 석유화학(18%)을 주력업종으로 금융(서울증권.대한상호신용금고 ).기계(대림자동차).무역(대림코포레이션).관광(오라관광)등의 계열사가 있다. 李명예회장은 장남 이준용 대림그룹회장과 이부용(李富鎔)대림그룹부회장등 2남을 두었다.이재연(李載淵)LG카드 부회장과양식기.위생도기를 생산하는 대림통상의 이재우(李載釪)회장이 친동생이다.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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