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판첸 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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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티베트어로 라마는 뛰어난 사람이란 뜻이다.티베트불교에서 라마는 정신적 스승,즉 고승(高僧)을 가리킨다.그들은 경전보다 스승의 가르침을 더 소중히 여긴다.스승의 직접 가르침이 참된 깨달음을 보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마는 티베트에서 중요한 존재다.라마에는 두 종류가 있다.하나는 정신적 수련을 쌓아 높은 경지에 오른 수도(修道) 라마,또 하나는 고귀한 몸으로 태어나는 화신(化身)라마다.
화신 라마중 가장 높은 존재가 달라이 라마다.성속(聖俗) 양권(兩權)을 장악한 활불(活佛)로 티베트 최고 지도자다.달라이는 몽고말로 큰바다라는 뜻.달라이 라마는 바다처럼 넓고 깊은 지식의 스승이며,관세음보살의 화현(化現)이다.제1 대 달라이 라마는 15세기 타시룬포사원을 세운 게둔둡파였다.지금의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초는 1940년 다섯살때 달라이 라마가 됐고,59년 라사에서 일어난 반(反)중국 민중봉기 실패후 인도로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에 이어 티베트불교 제2인자는 판첸 라마다.판첸은범어(梵語)와 티베트어를 합한 말로 위대한 학자란 뜻이다.판첸라마는 아미타불의 화신이며,종교적으로 달라이 라마에 필적(匹敵)하는 존재다.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의 중앙 정부와 대립했으며,대대로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지난 89년 사망한 제7대 판첸 라마 초에키 게르첸은 50년 중국의 티베트 「해방」을 지지했으며,그후 중국의 對티베트정책에서 중요한 협력자였다. 판첸 라마 사망후 6년동안 그의 환생(還生)을 찾는 작업은 두 방향에서 추진돼 왔다.한쪽은 티베트 망명정부,다른 한쪽은 중국정부다.지난 5월 달라이 라마는 유목민의 아들인 여섯살짜리 게둔 초에키 니마를 제8대 판첸 라마로 지명했다 .망명정부는 이를 계기로 독립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에 대해 중국은 티베트 문제 재발을 우려한다.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등 중국지도부는 티베트 분리독립운동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새 판첸 라마의 선정을 서둘러 29일 이를 전격 발표했다.두명의 판첸 라마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국제여론은 중국에 불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티베트문제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폭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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