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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야! 크게 숨 한 번 쉬어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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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8회 e파란 어린이 환경 그림·글짓기 공모전’ 시상식이 1일 서울 순화동 삼성 서울연수소에서 열렸다. e파란상을 수상한 문경환(그림 부문)·허정우(글짓기 부문)·이슬기(그림 부문) 어린이(왼쪽부터)가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태성 기자]

주민과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연 복구의 ‘기적’을 일궈낸 태안 기름오염 사고.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제8회 e파란 어린이 환경그림 글짓기 공모전’ 에서 가장 큰 상인 e파란상을 받은 세 명의 어린이들의 글과 그림에 그 동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글짓기 부문에서 혼자 e파란상을 탄 허정우(경남 경운초 2년)양은 ‘바다야! 크게 숨 한 번 쉬어 봐’라는 제목으로 썼다. 정우양은 “여름마다 찾아오던 외할머니댁 모래 해수욕장이 검은 찰흙 이불을 뒤집어 쓴 것 같았어요. 너무 놀랐어요. 꽃게와 갈매기도 영영 볼 수 없는 것인가요”라고 썼다.

아빠와 함께 태안 외가를 찾아 기름을 닦았던 일을 글로 담아낸 정우양은 “바다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정우양은 기름을 닦는 아빠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그래 바다야! 조금만 참아. 내가 얼른 숨 쉬게 도와줄게. 그리고 다시는 안 아프게 할게. 사랑해”로 끝을 맺는다.

이번 공모전은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총재 강영훈)와 홈플러스(사장 이승한)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1일 오후 서울 순화동 삼성 서울연수소 대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정우양은 “KTX를 타고 처음 서울에 왔다”고 했다. 평소 일기 쓰기와 글짓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정우양은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할머니를 낫게 하기 위해 한의사가 되겠다”며 웃었다.

그림 부문에서는 문경환(10·인천 대정초 4년)군과 이슬기(서울 서강초 6년)양이 e파란상를 받았다. 경환군은 “기름 유출 사고로 더러워진 물고기들을 사람들이 닦아주고, 잠수함으로 쓰레기도 건져내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커다란 물고기에 작은 사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기름을 닦고 있는 것으로 동심의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슬기양은 공장에서 깨끗한 물과 공기를 내보내면 바다도 맑아지고 하늘에는 새들도 활발하게 지저귄다는 내용을 그렸다. 슬기양은 “미술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선생님이 되라고 하셔서 미술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며 또랑한 눈망울을 깜박였다. 슬기양의 어머니 박현희(39)씨는 “딸이 산과 바다 그림을 무척 좋아한다”며 “집이 화실이 많은 홍익대 근처라서 그런지 그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세 명의 어린이들은 태국에서 열리는 UNEP 주관의 세계 어린이 환경탐사에 참가하게 된다.

글=강찬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파란상=초등학생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8회째인 올해는 4월 5일부터 5월 5일까지 전국에서 2만7311명(그림 2만4655명, 글짓기 2656명)의 어린이가 참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e파란상 3명 외에 푸른하늘상 8명, 깨끗한 바다상 20명, 맑은물상 66명, 하얀구름상 603명 등 모두 700명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 명단은 중앙일보 환경 포털 사이트(eco.joins.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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