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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들기' 시청률 경쟁서 '제4공화국' 제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훈련병들이 기세등등하던 신군부의 별들을 눕혔다.』 이번주 시청률 경쟁에서 「반란」이 일어나 훈련병들이 별들을 누르는 「하극상」을 연출한 것이다.
이런 지각변동의 근원지는 지난 수.목요일 밤 9시50분에 방송된 KBS와 MBC의 드라마 『남자만들기』와 『제4공화국』.
당초 두 드라마는 「게임이 안되는」 일방적인 경기처럼 보였다.전두환.노태우 등 역사의 풍운아들이 대거 등장하는 소문난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은 특히 이번주 내용이 「5.18」을 다루기로 돼있어 시청률 확보는 「떼논 당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밖이었다.
27.7%와 29.2%.『제4공화국』의 수.목요일 시청률(MSK 조사)이다.이에 비해 1,2회에서 가까스로 20%를 넘겨당초 기대에 못미치던 청춘멜로물 『남자만들기』는 각각 29.7%와 33.1%를 기록,평균 30%를 상회하는 급등세를 이뤘다.기고만장하던 별들이 떨어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왜 이런 「하극상」이 일어났는가.이유는 간단하다.성의없이 만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산다는 지당한 논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가능하다.
『제4공화국』은 제작초기부터 다루지 않기로 했던 「5.18」을 시류에 편승해 급조했다.광주 현지 촬영을 하는 등 의욕을 보이기는 했지만 화면을 통해 방송된 내용은 「부실공사」 그대로였다.계절감이 없어 가을 분위기가 그대로 화면을 채웠고 적은 출연자들로 꾸민 몹신(군중장면)을 전체화면으로 처리하기 어렵자클로즈업이 많았다.관심이 높은 내용만큼 포장을 못한 것이다.
『정치드라마에 역사성이 결여됐다』 『인물의 희화화가 지나치다』는 등 여러 지적이 나왔고 시청률 저하가 그 결과로 나타났다.물론 16일에는 노태우씨가 구속.수감되는 등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다소 늦게 방영되는 등 「악 재」가 없지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라는데는 이론이 없다.
반면 논산훈련소를 배경으로 현역복무중인 차인표.구본승.감우성.이휘재 등 청춘스타가 동원된 『남자만들기』의 급상승은 작품의완성도보다 좋은 소재가 시청률 확보의 요인.
훈련소라는 배경이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를,군대에 자식을 보낸부모들에겐 자식생각을,군입대를 앞둔 신세대들에겐 당면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에 폭넓은 관심을 끌지 않았느냐는 평가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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