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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교부금 감사 청구, 진보· 보수 ‘입맛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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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감사원 앞.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함께하는시민행동·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과 실·국장들이 모교나 자녀 학교에 나눠준 특별교부금(특교금)에 대한 감사를 청구는 것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특별교부금을 교과부 간부들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공금 횡령이라며 김도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감사를 청구한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2008년 2~5월 중 집행된 특별교부금에 대한 것이었다.

특별교부금이 모교나 특정 학교에 지원금으로 사용된 것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관행’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5월 28일자 12면)노무현 정부 시절 김진표·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도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1000만원씩 특교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2005, 2006년 2년간 두 부총리는 서울시내 학교 8곳을 방문했다. 두 사람 모두 재임기간 중 수차례 지방에 있는 모교를 찾았다. 모교 방문 때 특교금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교과부가 자료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 등은 이런 부분은 쏙 빼고 현 정권의 특교금에 대해서만 감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교조 현인철 대변인은 “문제의 핵심은 실·국장의 모교·자녀 학교 방문이고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시작됐다”며 “빠른 감사를 위해 시기를 제한했고 감사 결과를 보고 노무현 정부의 특교금도 문제 삼겠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뉴라이트교사연합 등이 2006년 5월 교육부(현 교과부) 특교금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교육부가 공개를 거부하자 소송까지 냈다. 그러나 똑같은 사안이 불거졌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짤막한 논평을 두 개 냈을 뿐이다.

바른 지적을 하더라도 균형감을 상실하면 그 파괴력은 약해진다. 사심이 들어가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교금은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돈이 멋대로 쓰여졌다면 쓴 사람이 장관이건 실·국장이건 상관 없이 잘못한 것이다.  

민동기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