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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3테너는 퇴진하라! 왕관을 넘겨줄 황태자가 나타났다.』마치이런 선언이라도 들리는 듯 빅3(파바로티.도밍고.카레라스)를 이을 차세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32)가 세계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세련된 외모와 미성을 자랑하는 알 라냐의 폭발적 인기는 내년 세계 순회공연을 갖는 「3테너」의 하향세와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3테너」의 대표격인 파바로티는 이달초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도니제티의 『연대(聯隊)의 아가씨』에서 높은 C음을 내는데 실패,「도니제티 알레르기」라는 신조어를 낳으면서 「테너의황제」로서의 명성에 연거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
지난 10월초 소니 레이블로 출시된 라 스칼라 실황앨범 『라트라비아타』에 이어 알라냐의 첫 독집앨범 『아리아 모음집』이 EMI레이블로 이달말께 출시돼 국내팬들도 음반으로나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리처드 암스트롱 지휘의 런던필하모닉과 녹음한 이 앨범에는 베르디의 『리골레토』중 「여자의 마음」,칠레아의 『아를의 여인』중 「페데리코의 탄식」,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중 「안녕,무덤이여」,푸치니의 『라보엠』중 「그대의 찬손」등이 수록돼 있다. 프랑스에서 시칠리아 출신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난 알라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고 8년동안 기타를메고 클럽과 카바레를 전전하며 노래를 불렀다.
단골손님이었던 성악가 라파엘 루이스의 눈에 띄어 본격적인 성악수업의 길에 들어서게 된 그는 성악의 명조련사 시몬 페자르 여사를 사사했다.
그후 엑상 프로방스 음악제 성악콩쿠르에서 입상해 실력을 인정받았고,88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파바로티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스타 탄생」의 힘찬 팡파르를 울렸다.
그는 『라 트라비아타』로 90년 라 스칼라극장에 이어 92년런던 코벤트가든에 데뷔했다.
가장 자신있는 오페라는 내년 툴루즈 오페라단과 레코딩 계획이잡혀있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영국 작가.프랑스 작곡가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이탈리아 혈통에 프랑스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성장배경과 잘 맞는다는 것.
에라토 레이블로 녹음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가 내년출시를 앞두고 있고 내년중 소프라노 레온티나 바두바,바리톤 토머스 햄슨,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의 필하모니아와 함께 푸치니의 『라보엠』을 녹음한다.
또 루마니아 태생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의 『오페라듀엣모음집』도 녹음이 끝난 상태다.
아내 플로랑스와 사별한 그는 최근 무대에서 만난 게오르규와 동거중이다.
알라냐는 「테너계의 세대교체」깃발을 휘날리며 『라보엠』으로 내년 4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입성을 앞두고 있다.
이장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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