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동사서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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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동사서독(東邪西毒)』은 홍콩의 왕가위감독 팬들이 기다려온 작품이다.『열혈남아』『아비정전』『중경삼림』등 새로운 감각의 도회적 영화로 영화광들을 매료시킨 왕감독이 무협소설을 원전으로 만든 첫 무협물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은다.
김용의 베스트셀러 무협소설『영웅문』의 등장인물인 동사.서독을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광활한 중국대륙과 검객등 무협의 틀을 갖추긴 했지만 왕감독의 일관된 주제인 「맺어지지 않는 사랑」「스쳐가는 사랑」을 그린 멜로 풍의 작품이다. 장국영이 검객의 길을 택하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 자애인(장만옥扮)을 버린 냉소적인 서독으로 등장,이야기를 이끌어간다.사막에서 여관을 하는 그에게는 사랑을 택한 동사(양가휘扮)란 친구가 있다.그러나 그 역시 슬픈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다.남녀의 인격체를 지닌 모령연(임청하扮),동생의 복수를 노리는 젊은처녀(양채니扮)등 톱스타들이 연기하는 여러 인물들이 장국영을 스쳐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왕감독이 2년동안 고뇌하며 만든 영화여서 이전 영화들에 비해다소 난해하다.무협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이지만 기존의 무협물에 익숙한 영화팬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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