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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사태-검찰수사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15일 오후 검찰에 2차 소환돼 철야조사를 받는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특별한 고려사항이 발생하지 않는한 16일중 盧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뼈아픈 장면을 맞게됐다.
아울러 역대 국가원수 대부분이 저격당하거나 해외망명.귀양살이등 피와 총성으로 점철된 현대사에 검찰권에 의한 구속이라는 또하나의 상처를 추가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본격적으로 재단(裁斷)함으로써 뿌리깊은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의 고리를 차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검찰은 앞으로 盧씨 비자금의 사용처와 관련,대선자금및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수부분도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어느선까지 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제 「정치자금=수사성역」이라는 등식은 깨지게 됐다.
30대 대기업을 포함한 36명의 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소환.조사를 받은데 대해선 경제위축등 부정적 평가도 없지않으나『대기업 총수가 대통령에게 준 돈도 탈이 난다』는 인식 확산과함께 재계 정화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사는▶대형 국책공사수주.금융기관 인.허가등 덩어리가 큰 이권에 대한 비자금 제공뿐 만 아니라▶특혜성 은행 대출▶공사수주에 대한 리베이트등 그동안의 업계 관행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겠다.
검찰은 盧씨를 철야조사한 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곧이어 당시 청와대경호실장 이현우(李賢雨).경호실경리과장 이태진(李泰珍)씨및 신한은행 이우근(李祐根)이사등에 대한사법처리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주는등 관리에 적극 협조했거나 거액의뇌물을 준 3~4명의 기업인도 함께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러나 盧씨를 사법처리하는 만큼 금진호(琴震鎬)의원,노재우(盧載愚)씨등 盧씨의 친인척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가급적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나머지 기업인들에 대한사법처리는 盧씨보다 1주일가량 늦게 이뤄질 전 망이다.
검찰은 그 사이에 계좌추적.재소환등을 통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업인들을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20여명의 기업인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나 기소유예로 처리하고 나머지 기업인들은 떡값이나 인사치레로 돈을 건네준 것으로 간주,무혐의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공여죄(공소시효 5년)의 경우 100만원이하의 벌금이나 5년이하 징역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선자금 논쟁이 불거져 나오면서 검찰은 비자금 규모등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盧씨를 재소환하는등수사를 조기에 종결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琴의원등 盧씨 친인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얼마나 성역없이 진행할 것인지가 이번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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