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 업계 ‘부익부 빈익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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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인 쏘나타는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4만8591대가 팔렸다. GM대우는 이 기간 중 모두 4만22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국내 3위 완성차 업체의 전체 내수 판매량이 현대차의 잘나가는 일개 모델 판매량에 미치지 못했다.

택시 시장은 1~3월 중 현대차가 61.6%, 기아차가 20%를 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점유율이 지난해 79.4%보다 높아져 81.6%에 달한 것(등록대수 기준). 반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올초 SM5 대규모 리콜 등의 영향으로 택시 점유율이 8.8%로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독주하고 있다.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등 나머지 완성차 3사는 판매량이 5.5~16.6%씩 줄며 골 깊은 부진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1~4월 중 내수 판매량을 전년동기 대비 12% 늘리며 점유율 72.9%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70.5%였다. 내수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뉴마티즈·SM5를 제외한 8개를 현대·기아차가 차지했다. 나머지 3사의 점유율은 0.9~1.1%포인트씩 하락했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품목에서, 그것도 작지 않은 시장에서 특정회사가 이처럼 약진하는 경우는 드물다. 라면(농심 72%), 휴대전화(삼성전자 50%), 맥주(하이트 59%) 등 독과점이 심하다는 품목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현대·기아차의 약진은 근래 소비자 구미에 맞는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며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친 덕으로 풀이된다. 쏘나타 트랜스폼·제네시스(현대차), 뉴모닝·모하비(기아차) 같은 신차들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에 비해 나머지 3사는 신차를 많이 내지 못했다. QM5(르노삼성), 체어맨W(쌍용차)가 새로 나왔지만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GM대우는 완전한 신모델을 내놓지 못한 지가 2년 됐다.

회사 나름의 사정도 있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M대우는 GM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수출에 주력해 상대적으로 내수에 소홀했던 감이 있다. 쌍용차는 경유값 급등으로 주력품목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재훈·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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