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씨 ‘내부자 거래’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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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은 한진중공업 조남호(57·사진) 회장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조남호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조양호 현 회장의 동생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6일 “금융감독원에서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당시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있다고 통보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조 회장과 함께 한진중공업 법인, 김모 부회장도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15일 한진중공업이 지주회사(한진중공업홀딩스)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법인과 개인 명의로 한진중공업 주식을 100만 주가량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97만 주를 주당 약 3만원과 4만원에 매입했다. 또 조 회장 본인도 지주회사 전환 발표 한 달 전인 4월 초 회사 주식 9만1180주를 3만2700여원에 샀다. 조 회장은 대주주의 주식 대량 보유 신고 의무를 어기고 지주회사 전환 발표일인 5월 15일에야 회사 주식 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증권거래법상 대주주 지분 변동의 경우 지분을 취득한 이후 다음달 10일까지 공시토록 돼 있다.

한진중공업과 조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각각 365억원, 30억원가량을 썼지만 지주회사 전환 발표 이후 주가가 매입 단가보다 두 배 이상 뛰어 400억원가량의 평가 차익을 얻었다.

이후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8월 1일자로 지주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보유하던 한진중공업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꿨다. 이 같은 전환 작업으로 올해 3월 현재 조 회장 측 지주회사 지분은 62%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판단되지만 대주주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관련 공시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매매 차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대주주로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며 “공시절차 위반도 실무자들의 착오에 의한 것으로 이후 정정공시를 통해 밝혔다”고 해명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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