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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 남성복에 숨결 불어넣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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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심선희(30·사진)씨는 베르사체의 디자이너다. 돌체앤가바나(D&G)에서 일하던 그는 올 2월 베르사체로 자리를 옮겨 데님 라인인 VJC(Versace Jeans Couture)의 남성복을 디자인하고 있다.

한국외대를 졸업한 그는 한국에서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유학 가서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대학 1학년 때부터 준비했어요. 이탈리아어 수업도 듣고 패션 전문학원도 다녔고요.”

졸업하던 해 5월 유학을 떠났다. D&G의 도미니크 돌체 등이 졸업한 마랑고니 패션스쿨이었다. 이를 악물고 경쟁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언어도 자신 있었다. 그래도 취직은 쉽지 않았다. 면접을 보는 족족 떨어졌다. 하지만 나폴리 신인 디자이너 콘테스트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자 연락이 왔다. 베네통 그룹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패션 스튜디오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D&G의 헤드헌터가 전화를 했고, 그곳에서 란제리와 비치웨어 디자인을 맡았다.

“과감한 스타일 때문인지 D&G는 한국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요. 하지만 유럽에서는 다르죠. 특히 란제리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높아요.”

2년만에 비치웨어 전체를 맡아보겠느냐는 제안과 베르사체의 스카우트 제의가 동시에 왔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정말 열심히 일해요. 끈기· 세심함이 누구와도 비길 수 없을 정도에요. 에트로나 모스키노 등 현지 브랜드가 한국인을 뽑는 건 함께 일해 보고 흡족했으니까 그렇겠죠.”

남 얘기처럼 말하지만 본인도 그렇게 해서 거둔 성과였다. 두 브랜드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다 이직을 결심했다.

“디자이너들은 2년 정도만 되면 많이 옮겨요. 오래 있으면 그 색깔에만 익숙해지거든요. 저도 지금 베르사체에서 ‘너무 D&G 스타일 아니냐’는 말을 들어요.”

그는 앞으로의 길을 남성복 디자이너로 정했다. 패션 디자인의 꽃은 여성복일지 몰라도 남성복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저도 여성 옷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었죠. 그런데 일을 배우면서 보니 남성복이 훨씬 재미있어요. 대충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디테일 하나하나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게 바로 남성복이에요. 가능성도 훨씬 크죠.”

디자이너로서 그의 꿈은 ‘내 브랜드’를 갖는 것.

“예전엔 꿈이 뭐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말했는데 이젠 못 하겠어요. 어쩌면 정말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차근차근 준비할 때니까 함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글·사진=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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