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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강1만리>13.산수화의 이상향 張家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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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꿈속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과연 현실로 존재할까.
호남성(湖南省)장사(長沙)에서 비행기로 35분쯤 날아 양자강지류 예수(澧水)변 장가계(張家界).문득 기내 곳곳에서 탄성이터진다.동양 산수화에서나 보던 거대한 단애(斷崖)와 기암연봉이창밖에 부딪칠듯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복숭아밭을 가로질러 먼지 날리는 도로를 따라 두시간여.문득 「별유천지 비인간」의 세계가 나타난다.그야말로 눈을 들어 한 곳을 응시하면 한 폭의 산수화요,고개를 들어 빙 둘러보면 그대로 병풍이다.도연명(陶淵明)이 노래한 무릉 도원이 실제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무릉도원의 장가계는 산수화의 이상향이다.산수화의 대상은 바로대자연.자연은 그자체로 가없는 웅장함이며 아뜩한 아름다움이다.
인간의 모습은 자연속의 일부분일 뿐이다.「천인합일(天人合一)」로 상징되는 동양적 자연관의 세계다.
문인화의 중시조라 할 당(唐)대의 왕유(王維)는 「산수론」을통해 『무릇 산수를 그릴 땐 의식의 경계가 필묵(筆墨)에 앞서야 한다(凡畵山水 意在筆先)』고 지적한다.
그래서 절경속의 깎아지른 암벽에서 웅혼한 기상을 엿본다.천년풍상을 뚫고 독야청청 선 소나무는 충정과 절개를 다짐한다.천길을 떨어지고 굽이치다 흐름을 멈춘 계곡과 한가로운 낚시꾼에게서마음의 여유를 짐작한다.이처럼 묵(墨)의 농담 (濃淡)으로 표현되는 자연의 모습은 곧 작자의 정신세계다.동양의 산수화가 서양의 풍경화와 다른 점이다.
산수화는 시.서.화 삼절(三絶)의 일절(一絶)이다.예부터 문인들의 필수 덕목이다.더러는 시대에 안주해 눈앞의 자연에도 만족하지만 현실 세계를 넘어 새로운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한다.그들의 산수화는 상상속의 비현실 세계 같다.무너질 듯한 비균형과비현실적 부조화는 짐짓 자연주의에서 상징주의로의 전환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인간의 상상이 자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장가계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이 「대자연의 미궁(迷宮)」은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헤매던,꿈속에서나 보던 무릉도원-진경 산수화의 원관념이다.
장가계의 면모에는 이에 걸맞은 전설이 있다.「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일으킨 장량(張良)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을피해 숨었다.적송자(赤松子)의 발자취를 좇아 천문산에 올랐다가청암산에 닿았다.장량은 자신이 찾던 세외선경( 世外仙境)이라며머물렀다.이후 장가계라 불렸다」.
장가계는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로 더욱 유명하다.「동진(東晋)때 무릉(武陵)의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강을 따라가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지역에 닿았다.기암괴석.기화요초가 만발한선경이었다.그곳에는 진(秦)나라의 전란을 피해 숨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이들은 한(漢).위(魏).진(晋)에 걸쳐 수백년 세월이 흐른 것을 모르고 있었다.수일을 머무른뒤 속세로 나왔으나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시인묵객들도 무릉도원을 갈망했다.조선조 세종대왕의 셋째아들 안평대군(安平大君)이 어느날 꿈을 꾸었다.박팽년(朴彭年).신숙주(申叔舟)등 집현전 학사들과 복숭아밭을 노니는 내용이었다.안평대군은 당대의 화가 안견(安堅)을 불러 꿈내용을 이야기했다.바로 『몽유도원도』다.안타깝게도 일본 천리대 중앙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는 이상향을 노래한 것으로 「노장사상」이바탕이다.복숭아는 불로장생의 선과(仙果)를 상징한다.산수화 역시 노장사상이 배경이다.노장사상을 토대로 자연주의가 대두하면서당나라 이전 인물화의 부속품에 불과했던 위치에 서 독립 장르로나아간다.
세상속 온갖 형상의 바위를 다 모은 황석채(黃石寨),계곡의 흐름이 금채찍을 던져놓은 것같은 금편계(金鞭溪),신선계로 가는천하제일교….자연의 질서와 조화,인간세상의 희로애락을 담은 「3,000봉우리에 800물줄기(峰三千 水八百)」 -무릉도원의 중심 장가계는 그래서 산수화의 이상향이다.
▧ 다음회는 제2부 「강따라 문화따라」의 첫편 「중국 문화에용해된 인도의 정신세계-백족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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