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최고 전문가들이 정리한 ‘일본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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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양으로 읽어야 할 일본지식
마츠무라 아키라 외 지음, 윤철규 옮김
이다미디어, 824쪽, 3만2000원

최근 출판가의 화두 중 하나는 고전이다. 수험생들의 논술시장을 겨냥한 얄팍한 기획부터 동서양 문화를 훑는 굵직한 시리즈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전 다이제스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성격이야 어떻든 과거에 매몰된 화석이 아닌 미래를 열어가는 나침반으로서의 명저를 찾아내고, 또 이를 재조명한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말로만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아닌 실천으로서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은 결국 고전, 소위 클래식을 떠나 얘기할 수 없다.

이 책에는 모두 217권의 일본 고전이 축약돼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할 ‘의무’는 없다. 자기 관심에 따라,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일종의 일본 고전 백과사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단, 유념할 게 있다. 책에 소개된 217권은 ‘더 나은 공부, 더 나은 연구’를 위한 길라잡이가 된다는 점이다. 남들 앞에서 지식을 자랑하는 현학의 수단이 아닌 일본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인간이라는 보편적 존재를 깊게 이해하는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217권의 고전 가운데 국내에 완역된 책이 20권이 안 된다는 것을 놓고 볼 때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확인하게 된다. “굳이 일본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 필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번역자가 그랬다. 일본과 한국 수묵화의 특징과 차이를 일본 현지에서 공부한 역자(현재 서울옥션 대표)는 일본 미술사의 거장 하세가와 도하쿠(1539~1610)와 이케노 다이가(1723~76)를 연구할 당시 해당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서·역사서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이란 비정치적 분야도 정치와 역사를 떠나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자는 일본의 많은 고전이 만화·문학·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로 재해석, 재탄생 되는 일본문화의 저변도 주목했다.

책은 총 10개의 범주로 나뉘었다. 역사·사상·종교·설화·수필·시가·소설 등이다. 217권의 성격과 의의, 배경과 내용 등을 일본 최고의 전문가들이 요약·정리했다. 『고사기』『일본서기』 『겐지 모노가타리』 『만요수』 등등 일본문화의 뿌리를 만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이웃한 두 나라가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나무의 뿌리를 모르고 어떻게 가지와 잎의 성질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지명관 전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이사장)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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