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재산헌납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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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현재로선 사법처리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같다.이와함께 드러난 비자금 잔액 1,857억원은 이미 「몰수」쪽으로 방향이 잡혀있다.盧씨에게 닥칠 다음 운명으로는 개인재산공개.헌납,낙향 (또는 해외이주)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개인재산 부분에 대해선 은닉부동산.해외자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검찰은 4일 盧씨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조사에착수했다고 밝혔다.이같은 상황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도 개인재산을 헌납(나중에 돌려받았지만)한 전례등으로 보아 盧씨의 공개.헌납은 불가피한 수순일 것으로 관측된다.문제는 시기라고 할수 있다.
盧씨 진영은 현재 재산공개.헌납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없다.
거론되지 않았다』며 애써 초점을 「5,000억원 정치자금」으로국한시키고 있다.
한 측근은 『지금은 사법처리에 대한 대응이 발등의 불』이라며『盧씨 자신의 재산공개.헌납은 거론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盧씨측은 비자금잔액 1,857억원은 이미 盧씨돈이 아니라는 입장은 분명하다.한 측근은 『대국민사과문에서 「어떤 처벌도 감수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 돈은 국가에서 몰수할 돈』이라고 못을 박았다.그러나 盧씨 개인재산의 공 개와 헌납에대해서는 아직 盧씨 자신의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반면 다른 핵심측근은 『그 문제는 검찰 처리후에 고려할부분』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즉 盧씨의 사법처리후사면.복권을 위한 분위기 조성 방법으로 공개.헌납을 활용할 수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盧씨가 연희동집을 포함해 개인재산을 헌납할 경우 낙향이란 수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全전대통령도 집을 내놓은 후 백담사로 갔다.
盧씨의 개인재산이 공개된 것은 취임 직후인 88년4월 단한번이었다.대구.안양의 땅과 연희동주택,3000만원의 예금과 주식등 5억2,000만원 상당이었다.취임초 『퇴임때 재산을 공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그는 이후 한번도 재산을 공 개하지 않았다.대구의 80평짜리 팔공보성아파트가 이후 드러난 유일한 재산일 뿐이었다.
全전대통령은 잔여 비자금 139억원과 함께 자신의 개인재산을헌납했다.당시 헌납내용은 연희동집,서초동땅 200평,용평 34평형 콘도,골프회원권 2개,금융재산 23억원.
물론 이 개인재산은 사후 돌려주기로 6공측과 합의한 뒤 공개한 것이다.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5,6공의 합작품이 「재산공개.헌납」이었고 현재 서초동땅에는 全씨 장남이 버젓한 상가건물을 지어 놓고 있다.
全씨와 盧씨는 사실상 한뿌리였다.그러나 盧씨가 재산을 헌납할경우 여론의 파장에 비춰 全씨처럼 대부분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지는 극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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