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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C 드라마 '이산' 촬영 중단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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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의 간판 드라마인 ‘이산’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위원장 김응석)가 이산 출연을 거부(파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연료 인상을 놓고 벌인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와 MBC는 지난해 11월부터 연기자들의 출연료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노조측은 탤런트 8% 인상, 가수 17% 인상안을 제시했다. MBC는 탤런트 6%, 가수 15% 인상안을 내놨다. 이에 앞서 노조는 한국방송(KBS)과 이달 6일 탤런트 6%, 가수 15% 인상안에 합의했다.

MBC측은 “KBS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흑자를 내고 있는 MBC는 적자를 내는 KBS보다 출연료를 더 올려야 한다”고 맞서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노조측 제시안대로 탤런트 8%, 가수 17% 인상안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MBC와 협상이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2일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23일 오후 회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월요일에 촬영하는 이산이 우선 타깃이다. 문제갑 노조 정책위의장은 “이산만 세우지 않고, MBC 프로그램 전체를 세울 수도 있다”며 “오늘(23일) 저녁에 다시 회의를 열어 파업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MBC측이 ‘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노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업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의 출연 거부는 유인촌 현 문화부장관이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하던 1991년 6월 10일 출연료 인상문제를 놓고 20일 동안 파업을 벌인 이후 한번도 없었다.

시청률 30%를 웃도는 이산은 MBC의 간판 사극이다. 노조가 월요일부터 촬영을 거부하게 되면 이산은 6월 2일분부터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MBC 측은 "KBS보다 출연료를 2% 높게 책정한 서울지노위 조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와 협상을 벌여온 MBC 제작운영팀 관계자는 "'이산'의 경우 연기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파업한 연기자들을 제외하고) 대본을 수정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0일 종영하는 '이산'은 현재 다섯 회 방영분을 남겨놓은 상태. 26, 27일 방영될 72회와 73회는 녹화를 거의 마친 상황이어서 실제적으로 파업이 영향을 미칠 부분은 3회분 정도다.

노조는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7차례 임단협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조합원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와 방송 3사간 출연료 협약은 매년 갱신해오다 2006년 이후 방송 3사의 교섭거부로 임금협상이 중단됐다. 단체협약도 2007년 4월 효력이 만료돼 현재는 무단협 상태다. 문 의장은 "2006년부터 중단된 출연료 인상을 포함해 올해까지 3년동안 총 8%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12일 방송3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는 한편 11월 15~28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94.3%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방송3사는 이렇게 되자 11월 29일 성실교섭을 약속했으며, 노조는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양측이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방송 3사 중 우선 KBS를 상대로 서울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했으며, 결국 이달 6일 서울지노위의 조정안(탤런트 6% 인상, 가수 15% 인상)을 양측이 받아들였다.

노조는 이어 MBC에 대해 서울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했다. 그러나 MBC측은 21일 서울지노위가 내놓은 조정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26일 서울지노위와 서울 영등포구청에 노동쟁의발생신고를 했다. 노조는 MBC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는대로 SBS를 상대로 서울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할 예정이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는 탤런트, 성우, 희극인, 무술연기자, 가수, 모델, 연극인, 무용인, 분장, 미술, 효과, 기술연합, 연출감독 등 1만2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1988년 1월 설립됐으며,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어디에도 가입되지 않은 독자 노조다.

김기찬·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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