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수사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4일부터 관련 기업인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서는등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접어들었다.
…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경호실장이 3차소환에서 비자금 조성과관련,상당부분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는 이번에 자신이 盧씨와 기업인들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을인정하고 금액까지 상당부분 진술했다는 후문.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은 3일『李씨가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것같다』며 『盧씨에게 돈을 건네준 기업체들의 이름을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기억하고 있더라』고 흐뭇한 표정.
安중수부장은 또 지난 1일 盧씨가 『비자금 5,000억원중 상당금액은 88년초 대통령취임당시 축하금으로 받은 것이 포함돼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수사관계자는 『盧씨가 어떻게 해서든 비자금 액수를 줄여보려는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
한편 安부장은『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떠드는 것은수사에 좋지않은 영향만 준다』며 『야당은 「짜맞추기 수사」운운하고 수사권도 없는 여당이 구속.불구속여부를 검토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공 격.
…검찰은 3일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과 배종렬(裵鍾烈)전한양그룹회장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모두 불발.鄭총회장은 2일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단지에 내려가는 바람에 4일 출두하겠다고 통보해 왔고 裵전회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계속 수소문중이라는 것.이날 오후3시쯤 정태류(鄭泰柳)변호사가 安중수부장을 만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방문,「이미 한보그룹 鄭총회장이 소환돼조사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
安중수부장은 『鄭변호사와 정태수총회장 문제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며 『鄭변호사가 鄭총회장의 구체적 혐의등을 묻길래 「별일 아니다」고 물리쳤다』고 소개.
…대검중수부에 격려성(?)전보와 전화가 빗발쳐 관계자들이 이를 처리하느라 진땀.3일「조수정」이라고만 신분을 밝힌 한 시민은 「대검 중수부 5,000억원 비리수사관」앞으로『오직 그대를믿노라.이 사건은 악마와의 전쟁이다.오직 승리, 건투』라는 전보를 보내 수사관계자들 사이에 화젯거리.중수부장실에는 『소신껏수사하라.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다』는 내용의 반협박성 전화가 매일 20여통씩 걸려오고 있다.
…기업인들의 검찰 출두를 취재하려는 취재진과 이를 막는 검찰사이에 하루종일 숨바꼭질.
安중수부장이 『기업인의 조사 장소와 시기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히자 일부 사진기자들과 취재기자들은 대검찰청 현관은 물론지하 1,2층 주차장출입문등 곳곳에 포진했으나 3일 낮 이현우씨의 귀가도 눈치채지 못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