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파타야서 세금 쓰며 ‘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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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시 구·군 의회 의장 16명으로 구성된 부산시 구·군의장단협의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예산의 60% 이상을 관광성 해외연수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부산 해운대구의회, 부산진구의회, 연제구의회가 공개한 부산시 구·군의장단협의회의 2003~2008년 예산집행 내역에 따르면 의장단은 해외연수 경비로 한 해 평균 2417만원을 사용했다. 이는 부산시의 16개 구·군에서 걷어들이는 의장단협의회 부담금과 전국의장단협의회 지원금 등 세금에서 지출되는 연간 예산 4000만원의 60%를 넘는 금액이다.

예산집행 내역에 따르면 의장단은 2003~2008년 중 기초자치단체 선거가 있었던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장소는 태국의 방콕·파타야,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발리, 베트남 할롱베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본 후쿠오카 등 유명 관광지였다. 연수 경비로는 1770만~3380만원을 썼다.

여행 대상지도 올해 4월 일본에 갔을 때만 사회복지시설과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봤을 뿐 거의 유명 관광지를 골라 다닌 셈이다. 2003년에는 4박5일 동안 태국 방콕의 파타야 산호섬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코끼리 쇼를 보면서 2130만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의장단은 그해 4조원대의 재산피해를 낸 태풍 ‘매미’의 수재의연금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김진성(동래구 의장) 의장단협의회의 회장은 “행정자치부 지침상 기초의원 한 명당 연간 130만~180만원까지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도록 예산이 잡혀 있다”며 “예산범위 내에서 집행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구의회 사무국 실무자는 “의장단협의회 예산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정관만 있을 뿐 구체적인 예산편성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매월 20일에 열리는 월례회의에서 집행내역을 정한다”고 전했다.

집행예산에 대한 감사와 결과보고도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장단은 16명의 의장 중 한 명을 감사로 선임해 집행내역을 자체 감사하고 있었으며, 다섯 번의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단 한 건의 연수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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