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전국프리즘

춘천 마임축제 성인식에 초대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춘천 마임축제가 올해 20주년을 맞으며 성인식을 치른다. 5월 23일(금)부터 6월 1일(일)까지 10일 동안 독일·호주·대만·일본 등 8개국 12개 극단과 국내 80여 개 공연단의 공연이 극장과 거리에서 다양하게 펼쳐진다. 옹알이 수준으로 시작한 마임축제는 20년을 거치며 국내 최우수 축제로 연속 2년간 선정될 정도로 성숙했고 국제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축제가 되었다. 런던 국제 마임페스티벌, 프랑스의 오래된 작은 도시 페리그의 미모스 축제,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 등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축제에 초청받고, 초청하는 국제 교류의 첨단에 서 있는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마임은 말을 하지 않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언어의 장벽에 갇히지 않는다. 세계화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말로 소통이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키는 몸짓이라는 공통의 한계에 기인한다. 춘천이 마임과 만나는 계기는 아주 작은 예술가의 혼으로 시작됐다. 1980년 초, 표현의 속박을 거부한 유진규라는 고집스러운 예술가가 침묵의 언어인 ‘몸짓’으로 새롭게 소통을 시도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변변한 극장도 없이 혼신의 힘을 발휘하며 시작한 이 축제는 그를 알아본 많은 시민에 의해 성장해 간다.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춘천 시청은 축제를 뿌리 내리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지역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속속 동참해 지역 축제의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지역의 방송과 언론도 발 벗고 나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춘천 마임축제의 성장은 마임을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함께한 젊은 공연기획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이제 대한민국 축제 기획의 첨병으로 세계로 진출하고 있으며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춘천 마임축제는 20년간 정체하지 않고 꾸준히 진화해 왔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장소를 스스로 찾아나서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 상가에서, 호숫가에서, 산정에서, 골목길에서, 학교마당에서, 노인정에서, 극장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공연은 이제 시민들과 함께하는 현장의 축제가 됐다. 고슴도치섬에서의 마지막 열정의 밤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새벽까지 밤 새워 진행되며 공연자들과 시민은 하나가 된다. 앉아서 감상만 하는 관조적 체험을 넘어 함께 체험하며 공감하는 아수라장 같은 공간은 춘천 마임축제 매력의 중심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호반의 도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기 좋은 도시 춘천. 김유정·전상국·오정희·이외수 등 문인들의 향기가 넘쳐나는 곳. 감칠맛 나는 막국수와 닭갈비의 고장.

5월이면 마임뿐만 아니라 연극과 인형극의 제전이 마음을 이끄는, 공연 예술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 춘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박경립 강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