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측근들 연희동 방문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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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공때 노태우(盧泰愚)대통령밑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에게는요즘 깊은 고민거리가 하나있다.盧씨집에 갈 것인가,말 것인가다.대통령과 꽤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야 별로 고민하는 눈치가 없다.그러나 盧 씨의 총애를 받아 여러 직책을 지냈거나 청와대수석을 거쳤던 이들은 여간 고민스럽다는 표정이 아니다.
「과거」인연으로 보자면 가야겠다 싶다.하지만 「현재」라는 상황이 발을 붙잡는다.
盧씨가 검찰에 나가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연희동에는 출두시간을 묻는 인사들의 전화가 꽤 있었다.그러나 막상 당일아침 盧씨와 차를 마신 인사는 5명뿐이었다.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임인규(林仁圭)전정 책조사역.임재길(林栽吉)전총무수석.장호경(張豪璟)전경호실차장이다.
이들외에 지금까지 연희동을 방문한 사람은 서동권(徐東權)전안기부장.손주환(孫柱煥)전정무.정구영(鄭銶永)전민정.한영석(韓永錫).김유후(金有厚)전사정.김재열(金在烈)전총무수석정도다.동서인 금진호(琴震鎬)민자당의원과 안교덕(安敎德)전민 정수석은 2일 다녀갔다.
얼굴을 보이지 못하는 인사들은 盧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자택근무자와 통화하면서 연희동 정황과 盧씨 안부를 탐문하고 있다. 「불출석」유형은 몇가지다.첫째,현재 정부직이나 국회의원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한 인사는 『盧전대통령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현직에 있으니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그는 『답답한 심정에서 그저 안부전화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둘째,현직은 없지만 5개월후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다.한 사람은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면 「출마하려면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들 한다.요즘처럼 고민스런 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불출석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현재의 사태가 무슨 정치적인 난리가 아니고 거액비자금 사건이어서 연희동에 나타날 경우 세인의 엉뚱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희동에 갔던 한 인사는 『나도 그런 걱정을 했다.하지만 인간적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주변에서는 「보필을 잘못한 죄가있으니 부하로서 그런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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